[2023 광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소감
2023년 01월 02일(월) 18:20
“내가 쓴 시, 다른 사람이 읽어도 시가 맞는지 궁금”
폭설주의보가 내렸고 저는 기차를 타고 있습니다. 노트북 화면이 하얗고 고개 들어 창밖을 내다보면 세상이 하얗습니다. 그리고 제 머릿속도 하얘서 도대체 무슨 말을 써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환함이 도처에 깔려있네요.

어둠을 무서워합니다. 어둠이 무서워 불을 환히 켜놓는 것을 좋아합니다. 밤을 새워 일을 해야 할 때가 있었는데 건물 밖 나트륨 등 아래에 앉아 잠시 쉬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회사 뒤에 숲이 있었는데 숲에 사는 것들이 밤마다 불빛 아래 모이곤 하였습니다. 혼자가 아니구나. 혼자가 아님에 위로 받는 것으로 어둠을 지우고 싶어서 잠을 잘 때도 불을 켜고 잤습니다. 참 이기적이지요. 나의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내가 아닌 것들을 소모시켰던 겁니다.

시를 읽고 싶어서 내가 읽는 시를 제대로 읽는지 알고 싶어서 자꾸만 시를 읽었습니다. 시를 읽다보니 시를 쓰고 싶어졌습니다. 쓰긴 했는데 내가 쓴 시를 남들이 읽어도 시가 맞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당선소감을 쓰고 있습니다. 시가 완성이 되어서 그런 것이라 생각하지 않아요. 시가 될법한 지점에 있는 것을 뽑아 주신 거라 생각합니다.

도망가는 시를 붙잡지 못할 때가 많은데, 더 써보라고 저를 뽑아주신 심사위원 선생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가능성을 봐주셔서 기쁩니다.

묵묵히 지지해준 경석, 바하 그리고 성미자, 김안심 여사님 사랑합니다. 격려해주고 열심히 읽어준 니건, 은실, 지선 그리고 오총사 사랑해. 고맙습니다.





오후랑 당선자

▲1980년 완도 출생

▲목포 가톨릭대학 졸업

실시간 핫뉴스

많이 본 뉴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