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전칠기의 재해석, 문철호 초대전…함평 호접몽가
2022년 10월 18일(화) 21:00
26일까지 최진석 호접몽가
28~30일 순천 연경갤러리

‘우주의 기운’

철학자 최진석(새말새몸짓 이사장) 서강대 명예교수는 지난 2020년 고향 함평에 ‘호접몽가(胡蝶夢家)’를 지었다. 장자의 사상을 건축으로 구현한 ‘스토리’가 있는 공간이다. 그는 “철학은 개념으로 지은 집이고, 건축은 벽돌로 쌓은 철학”이라고 말한다.

윤경식((주)한국건축 KACI 회장) 건축가가 설계한 ‘호접몽가’는 세계건축협회가 수여하는 제35회 세계건축상(World Architecture Award 2020)을 수상하기도 했다. ‘호접몽가’는 최 교수가 진행하는 ‘새말새몸짓 기본학교’가 열리는 공간이며 가끔 문화강좌가 열리기도 한다.

건물 자체가 예술인 호접몽가와 고로쇠 나무, 가시오가피 등 수많은 꽃과 나무가 가득한 정원 등을 살펴보고 전시회도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문철호 작가 ‘나전칠기 재해석’ 초대전이 오는 26일까지 함평 호접몽가(대동면 향교리 997-6)에서 열린다. 전시는 28일부터 30일까지 순천 연경인문문화예술연구소 연경갤러리(중앙 1길 11-19)에서 이어진다.

이번 전시는 (사)새말새몸짓의 정신과 활동에 동의하는 의미로 문 작가가 손수 나전칠기 한점을 들고 호접몽가를 찾아오면서 시작됐다.

문철호 작가의 작품
부산에서 활동하는 문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평면 작품, 도자, 함, 다반 등 다양한 나전칠기 작품을 전시한다.

문 작가는 전통적인 나전칠기 작업을 견지하면서 옻칠과 새로운 기법을 적극적으로 활용, 나전칠기라는 장르의 폭을 확장해 왔다.

나전칠기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하기 위해 자개에 깊고 화려한 컬러를 입히는 옻칠 기법을 고안해 나전과 컬러 그림으로 자연을 섬세하게 묘사했으며 전시작들은 나무, 옻칠, 자개, 삼베, 토분, 순금박 등 모두 천연재료로만 제작됐다.

또 자개를 가늘고 길게 실처럼 썰어 문양에 따라 끊으면서 조직적인 기하학 무늬를 연속적으로 구성하거나 그림의 선을 따라 회화적인 효과로 수를 놓듯, 섬세하고
최진석 교수가 고향 함평에 지은 ‘호접몽가’
정교하게 붙여나가는 ‘끊음질 기법’으로 작품을 제작했다.

전시작들은 화려함이 돋보인다. 자개로 표현해낸 풍경화 ‘새벽동행’, ‘해, 달그림자’, ‘새로운 몸짓들’ 등은 마치 회화작품 처럼 보이며 건칠기법으로 작업한 ‘우주의 기운’도 눈길을 끈다. 또 국립박물관 소장작품인 ‘나전칠연화넝쿨무늬관복함’을 재현한 작품과 ‘호접넝쿨무늬 당초문함’, ‘나전육각 보석함’, 접시, 다반 등이 전시된다.

1976년 나전에 입문한 문 작가는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 특선 등을 수상했으며 지금까지 4차례 개인전을 개최했다. 현재 ‘나전칠기연구소’를 운영중이다.

문 작가는 “변방에서 중심이 되고자 하는 호접몽가라는 공간에서 전통 나전칠기의 전통을 바탕 삼아 현대의 시선으로 예술성을 높이고자 한 작품을 보여주려한다”고 말했다.

“예술품으로부터 얻는 감동의 높이로 내가 상승한다는 기분을 갖는 건 너무 행복한 경험”이라고 말하는 최 교수는 초대의 글에서 “예술이 없었다면 인간이 인간일 수 있었을까? 석양빛을 받았을 때 여러가지 빛으로 자신을 밝히는 것을 보면서 나전칠기의 속살과 그 오랜 인고를 알아봤다. 10월은 나전칠기라는 다리를 건너 예술의 고향에 가보기 참 좋은 계절”이라고 적었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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