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티스트·사진작가 남매가 전하는 ‘힐링 무대’
2022년 10월 10일(월) 21:10
플루티스트 이현경, 동생 이정록 사진작가와 콜라보
수익금 우크라이나 난민에 기부…13일 금호아트홀

13일 금호아트홀에서 콜라보 작업을 진행하는 사진작가 이정록(사진 왼쪽)과 플루티스트 이현경.

플루티스트 이현경(에꼴드 플루트 앙상블 단장)씨는 오는 13일(오후 7시30분 유·스퀘어문화관 금호아트홀) 열리는 독주회를 준비하며 새로운 곡을 접했다. 모차르트 ‘플루트와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를 위한 4중주’등과 함께 레퍼토리로 정한 낯선 작곡가 비프팅크의 ‘시즌스(Seasons)다. 사계절의 이미지를 담은 곡을 연습하며 그는 작품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문득 자신이 위로를 받았던 동생의 사진을 배경으로 연주회를 진행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동생인 사진작가 이정록과의 첫 콜라보 작업이 시작됐다.

비프팅크의 음악이 흐르는 현경씨의 연습실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벽에 걸린 이 작가의 대표 사진 시리즈 ‘루카’와 잘 어울리는 음악은 현대음악이지만 편하게 다가왔고, 치유받는 느낌도 들었다. 현경씨는 지난해 결성한 그룹 이름을 ‘루카 앙상블’로 지었다. 두 살 터울의 남매는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으며 작업 세계를 이어가고 있다.

‘시즌스’는 봄, 여름, 가을, 겨울 4악장으로 구성돼 있고, 각각의 악장이 연주될 때 이정록 작가의 사진이 영상으로 보여진다.

“제안을 받고 음악을 수차례 들으며 아이슬랜드 등 해외와 제주도 등 국내 여러곳의 사진들을 떠올렸어요. 음악이 명상적이고, 어떤 부분은 영성적이라는 느낌도 받았어요. 4차례 다녀왔던 산티아고 순례길과 어떤 맑은 감성들 떠올라 봄·여름·가을은 순례길 사진에서, 겨울은 루카 시리즈에서 골랐습니다.”

미국 로체스터공과대학 영상예술대학원에서 순수사진을 전공한 이 작가는 해외에서 여러 차례 전시회를 여는 등 자신만의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올해 벨기에와 인도 전시를 열었고 새로운 ‘루카’ 시리즈 작업을 진행하며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그는 ‘음악’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표현했다.

“제가 시각예술을 하는데 전 언제나 청각적인 작업인 음악에 열등감이 있었어요. 어떤 느낌을 표현하는 데 있어 시각보다는 청각이 즉각적이고 강렬합니다. 작업 과정에서 어떤 심상을 떠올릴 때 음악에 많이 의존하고, 작업에서도 청각의 시각화를 염두에 두곤합니다. 어떤 음악이 한 세상을 열어줄 때, 그 음악이 새로운 만남을 이끌어내고, 그 만남으로 에너지를 얻어가는 것 그게 음악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음악을 듣는 유통기한이 있어 그 음악은 늘 바뀌지만 자신에게 새 세상을 열어준 음악으로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줄곧 들었던 베토벤의 ‘장엄미사’, 루카 작업 당시 함께 했던 슈베르트의 ‘밤과 꿈’을 들었다.

이현경 독주회에서 선보이는 이정록 작가의 작품
전남대와 프랑스 에꼴노르말 음악원을 수석졸업하고 광주시립교향악단 플루트 수석으로 15년간 활동했던 현경씨는 지난 2015년 안정된 자리를 뒤로 하고 과감히 퇴직했다. 3년전 부터는 사회적 기업 (주)에꼴드 뮤직을 운영하고 있는 그에게는 모든 게 새로움이고 모험이었다.

“시향을 나오고 나서, 음악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바뀐 게 가장 큰 변화입니다. 그 전에 아카데믹한 연주회를 해왔다면 퇴직 후에는 일반인들에게 좋은 음악을 어떻게 전해볼까 고민하는 시간들이었죠. 생각해 보니 시향에 있으며 많은 응원을 받았고 사랑도 받았더군요. 그 사랑을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 컸습니다. 시민들이 좀 더 클래식이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청년 예술인들의 무대와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려합니다.”

포레의 ‘플르투와 피아노를 위한 환상곡’ 등을 들려주는 이번 연주회는 광주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피아니스트 서현일이 반주를 맡았으며 루카 앙상블(조민희·황은휼·조수영·김성복)도 함께 무대 오른다. 또 연주회 수익금은 광주에 거주하는 우크라이나 난민들에게 기부한다.

“처음에는 골목에서 연주회를 열고, 가요 ‘아모르 파티’를 들려달라는 제안을 받고 당황하기도 했죠. 하지만 시각을 바꾸니 좀 더 자유롭게 음악에 다가갈 수 있었어요. 장르가 중요한 게 아니라, 다양한 음악을 내가 흡수하고 내 안에 있는 정통 클래식의 빛깔로 다시 연주하면 된다는 생각입니다 타인에게 한발 더 다가가는 것, 내가 받은 것을 더 많은 이들에게 돌려드릴 수 있는 요즘이 행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두 사람은 상대의 예술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작가 이정록, 인간 이정록의 삶은 참 감동스럽습니다 작품을 통해서 많은 사람에게 치유를 주고 싶어하는데 작품을 통해 완성해내더군요. 동생은 굉장히 창의적이예요. 사실 클래식은 규범화된 부분이 많은데, 제가 어떤 틀을 깰 수 있었던 것도 동생의 작업을 늘 곁에서 지켜봤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몇년전 여수에서 비엔날레 작품을 준비하다 힘든 몸을 이끌고 누나 연주회에 참석한 적이 있었어요. 처음에는 피곤함에 절어 짜증이 났었는데 어느 순간 누나의 연주가 마음의 문을 열고 들어오더군요. 음악으로 치유받는 느낌이 들었어요. 음악을 듣고 난 후 좋은 이미지들이 내 영혼으로 들어오면 내 마음에서 가장 좋은 것을 떠올리게 됩니다. 이번 연주회에서 관객들도 음악을 통해 마음 속의 좋은 것들을 꺼내시면 좋겠어요.”

/글·사진=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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