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 광주진료소의 존재 이유-김종선 고려인 광주진료소장, 첨단우리병원장
2022년 09월 07일(수) 22:00
매주 화요일 오후 5시 정도가 되면 광주광역시 광산구 월곡동의 고려인 광주진료소는 분주하다. 고려인 마을 학생들과 전남대·조선대 의대생들이 접수처부터 진료실·대기실·주사실을 만들기 위해 책상과 의자, 칸막이를 준비한다. 하루 두 시간 사용하고, 다시 물품을 제자리로 옮겨 놓아야 한다. 일주일에 두 시간만 운영하는 진료소이고, 평상시에는 여러 가지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우린 두 시간 사용을 위해 두 시간 전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 물론 환자들도 두세 시간 전부터 대기표를 들고 기다리고 있다. 대기하고 있는 환자들을 보면 고마움과 책임감이 커진다. 진료 준비를 오후 6시 30분 정도까지 끝내면, 의료진들이 도착한다. 의료진들은 오후 6시까지 각자의 병원에서 근무를 마치고 약간은 피곤한 얼굴로 진료소에 들어온다. 하지만 대기하고 있는 고려인 환자들을 보면 모두가 서둘러 진료를 시작한다. 통역을 해주는 학생들이 열심히 환자의 상태를 의사에게 알려 준다. 네 명 정도의 전문의가 진료를 하고, 약을 처방하면 ‘건강한 사회를 위한 약사회’ 소속의 약사가 조제와 복용 설명을 한다.

전성현 월곡 고려의원 원장은 진료소 건립을 위해 수천만 원을 기부했고, 박유환 광주시 의사회장과 박병순 세종 요양병원장을 중심으로 의료진 20여 명이 2018년 3·1절부터 고려인 진료를 시작했다. 4년 차에 접어든 현재, 고려인 광주진료소는 진료 의사 40여 명을 포함한 60여 명의 자원 봉사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좀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위해 양적으로 질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진료소 초기에는 고된 노동으로 지친 고려인들의 근육통 및 만성 피로를 위주로 치료했다. 그런데 근육통 등의 단순 진료나 비타민 수액 등의 단순 처방에 젊은 의료진은 시간이 흐르면서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중년의 의료진은 체력 탓에 참여도가 떨어졌다. 변함없이 지속적으로 참여해준 서해현 서광병원 원장님은 타의 모범이었고, 오형균 부장을 중심으로 한 광주보훈병원 진료봉사팀, 명재일 내과 원장님은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진료소가 잠정 중단되자, 의료진의 이탈은 더욱 심해졌다. 진료소는 돌파구가 필요했고, 새로운 활력이 절실했다. 광산구 보건소 관리 의사인 곽형준 선배에게 삼고초려 도움을 청했다. 여러 가지 일로 바쁜 선배가 어렵게 도와주기로 했고, 많은 개선점을 알려 주었다. 지금은 선한 병원 이태민 원장이 온몸을 던져서 국내 최고의 진료소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젊은 의사들이 분골쇄신 참여를 시작하니 의대생들도 기꺼이 선배를 도와주기 시작했다. 진료소가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 한 달에 두 번씩 씨젠의료재단의 도움으로 혈액 검사를 하고 있고, 이를 통해 만성 질환이나 감염병을 찾아내고 있다. ‘가슴뛰는내과’ 길광채 원장이 기부해 준 초음파를 통해 내과 질환을 조기 발견할 수 있게 됐다. ‘최고안과’ 김진만 원장이 기부한 안과 진단 기구, 엔탑이비인후과 조휴채 원장이 준비해 준 이비인후과 세트, 상무수치과 김수관 원장의 도움으로 다양한 질환의 진단·치료가 가능해졌다. 산부인과 진료를 위한 진찰대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광주지원에서 기부해 주기로 해서, 여성 질환을 제대로 치료할 수 있게 됐다.

1년에 2000만 원을 광주시에서 지원받아 의약품을 구매했는데, 지금은 환자가 많아서 외상으로 의약품을 구입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고맙게도 시에서 1000만 원을 더 지원해 주기로 해서 의약품 공급에 숨통이 트였다,

진료소 운영에 있어 중요한 부분 중의 하나는 진료소 자원 봉사자에게 보람과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일이다. 광주시의사회 최정섭 수석부회장의 노력으로 오는 16일 금요일 7시 조선대 해오름관에서 ‘고려인 광주진료소 후원 나눔 콘서트’를 한다. 이번이 두 번째로 의사회에서 진료소에 관심을 가지고 애정을 보내니, 진료소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많은 위로와 격려를 받는다. 이번 자선 콘서트에는 변진섭, 해바라기 등 유명 가수가 함께 한다고 하니, 지역 사회 많은 분들이 고려인 광주진료소를 후원해 주시고 관심을 가져 주시면 좋겠다.

우리 사회에 대한 믿음이 약해서, 우리나라 일원으로 등록하지 않고 미등록 상태로 음지에서 노동을 하고 있는 이주민들이 많다고 한다. 고려인 광주진료소는 이주민들이 우리 사회에 정식 등록하도록 사다리 역할을 해서, 아름답고 살기 좋은 광주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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