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우 관장의 유럽 미술축제 관람기 (하) 베니스비엔날레를 가다]
2022년 07월 24일(일) 22:00 가가
3년만에 돌아온 ‘미술 올림픽’…남성 중심주의 종말을 고하다
‘꿈의 우유’ 주제 모계중심 여성성 강조
58국 참여작가 213명 중 남성 21명뿐
한국 정금형·이미래 2명 본전시 참여
한국관 김윤철 ‘크로마V’ 등 6점 공개
러시아관은 침략 전쟁으로 입구 차단
‘꿈의 우유’ 주제 모계중심 여성성 강조
58국 참여작가 213명 중 남성 21명뿐
한국 정금형·이미래 2명 본전시 참여
한국관 김윤철 ‘크로마V’ 등 6점 공개
러시아관은 침략 전쟁으로 입구 차단
코로나19 영향으로 3년만에 열리게된 베니스비엔날레의 새로운 담론과 트랜드는 무엇일까?
카셀 도큐멘타 관람(본보 7월13일자)을 마친 후 기대와 걱정을 안고 뒤셀도르프에서 베니스행 비행기에 올랐다. 유럽은 펜데믹이 거의 해제돼 마스크를 쓴 사람을 찾아 보기 힘들었다. 그래서인지 베니스의 명소인 산마르코 광장은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광장의 모든 사람이 그랜드 아트투어(미술축제 관람)의 관광객은 아니지만 베니스 비엔날레 전시장을 광장 인근에 배치해 자연스럽게 이들의 동선을 유도하고 있었다.
세계미술올림픽이라 일컬어지는 59회 베니스비엔날레는 코로나19로 1년 연기돼 3년만에 지난 4월23일 개막돼 오는 11월 27일까지 펼쳐진다. 우리 일행은 도보로 약 2km거리에 호텔을 잡아둔 덕에 천천히 이동할 수 있었다. 인터넷 예매 일일권을 25유로에 끊어 스마트 바우처를 가지고 11시 오픈시간 맞추어 도착했더니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있었다.
베니스 비엔날레는 행사장인 자르디니 공원의 본전시관과 부근의 옛 조선소인 아르세날레 등에 전시 공간을 배정받아 신작들을 선보이고 있다. 베니스 비엔날레는 크게 총감독이 여는 본전시와 각 나라에서 파견한 기획자와 작가들이 각각 따로 여는 국가관 전시로 나뉘는데, 본전시가 전체의 주제와 성격을 대표하는 핵심 행사다.
자르디니 공원의 왼쪽에 본전시장, 오른쪽에 국가관이 자리하고 있다. 먼저 본전시장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올해 비엔날레 전시 감독은 2017년 베니스 비엔날레 파빌리온 큐레이터였던 여성감독 세실리아 알마니(Cecilia Alemani)로, 현재 뉴욕 시립공원 공공미술 프로그램 하이라인 미술감독이자 수석큐레이터이다.
이번 행사 공식 주제인 ‘꿈의 우유’(The milk of dreams)는 영국의 초현실주의 작가 레오노라 캐링턴(1917 ~ 2011)의 그림책에서 따온 것이다. 모계중심의 여성성을 강조한 콘셉트로 전시 곳곳에 주제의 상징성을 내포한 작품들이 설치됐다. 초현실주의 예술가인 캐링턴은 젊은이와 노인들을 공포에 떨게 할 수 있는 잡종이나 돌연변이 생물에 대한 꿈 이야기를 들려준다. 상상력의 프리즘을 통해 삶이 끊임없이 재창조되는 마법의 세계를 묘사하며, 그 속에서 사람은 스스로 변하거나 다른 어떤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LA BIENNALE’라 명명된 전시장을 들어서자 커다란 사면 거울 중앙의 단상에 코끼리 한마리가 서있다. 대표 상징물로 입구에 자리하고 있는 이 코끼리 형상은 모계중심의 구조적 의미로 입구에 설치됐는데, 사방의 거대한 거울을 통해 관람객과 설치작품이 오버랩되는 느낌을 줬다. 본전시관 내부의 미로같은 방들을 천천히 둘러보고 새로운 형식과 사고의 틀 외에 이 전시가 담고자하는 담론이 직접적으로 전달되는 느낌이었다.
올해 비엔날레는 58개국 참여작가 213명 가운데 남성은 불과 21명이다. 세실리아 알마니 감독의 말대로 남성 중심의 사회 종말을 선언하고 여성작가 중심으로 상상과 신비주의적 요소가 가득한 초현실주의 전시를 의도한 것처럼 보인다. 본전시에는 한국에서 정금형(42·작품명 ‘Toy peotype’), 이미래(34·작품명 ‘Endless House ; Holds and Drips’) 작가 두명이 참여하고 있다.
베니스 비엔날레가 ‘미술 올림픽’으로 불리는 이유는 독특한 국가관 전시 때문이다. 카스텔로공원 자르디니에 자리한 한국관은 ‘나선(Gyre)’을 주제로 김윤철의 신작 설치 작품등 총 6점을 공개했다. 입구에 들어서자 관람객들이 신기하듯 중앙에 설치된 김 작가의 키네틱 작품 ‘크로마V(Chroma V)’를 진지하게 감상하고 있었다. 예술과 과학을 융합한 것으로 새로운 혼돈을 통해 질서가 탄생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용처럼 생긴 뒤틀린 기계장치는 유체동력 장치로 각각의 마디에 부착된 모니터가 계속 변화하고 이름없는 재료, 목적없는 장치, 미시세계, 그리고 우주적 사건들이 세계를 미로로 비추고 있다. 이러한 감각과 감각의 변화를 통해 꿈의 경치로 연출하고자 했다고 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한국관은 올해 행사 참여준비 단계부터 잡음이 많아 국제 미술계에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새롭게 선임된 이영철 예술감독, 김윤철 참여작가의 불협화음이 초유의 관심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국가관 전시중 특이점은 2017년에 인상 깊게 관람했던 러시아관이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으로 인한 이유인지 모르겠으나 입구가 차단돼 있었다.
이와함께 비엔날레 전시장 거리에서는 각국의 ‘파빌리온 프로젝트’와 함께 2만 유로의 대관료를 지불하면 가능한 위성전시들도 성황중이다. 안젤름 키퍼, 우고 론디노네 등을 비롯해 한국의 박서보, 하종현, 이건용, 전광영, 오명희, 김우진, 채림 등 개인전과 그룹전이 열리고 있었다.
베아 에스피조(Bea Espejo) 큐레이션으로 열린 ‘아르쎄날레 디라 비엔날레 디 베네치아 (Arsenale della Biennale di Venezia)’는 스페인관 뿐만 아니라 도시거리를 가로지르며 선착장으로 이어져 펼쳐진다. 이곳에도 각국의 예술가들이 주제와 부합된 상징성을 내포하며 도크를 따라 이어져있고 거리 곳곳에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전시장 규모도 크지만 작품들이 구분없이 관람객의 꿈에 대한 상상력과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무엇보다 성당 천정과 벽에 그려진 오래된 벽화와 하늘 꿈속을 유영하는 사람의 형상이 극적으로 대비되는 느낌을 받았다. 위성전시로 참여했지만 전광영의 ‘한지하우스’전시는 임팩트가 있었다. 그 외에도 한국 작가들 전시가 더 있지만 비엔날레 기간에 화랑과 예술가들이 병행전시로 참여하고도 마치 본전시나 부대행사에 초대된 것처럼 성과부풀리기를 하는 모습들이 보여져 거부감이 들었다.
국내 미술이 공신력과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뚜렷한 미학관과 정체성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런 ‘작전’들이 국내에서 일부 먹혀들어가고 있기에 시도된다지만 요즘 이런 행위가 빨라진 정보력과 해외 아트투어 덕에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엔날레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 길, 아시아 문화중심도시를 지향하는 광주의 모습이 오버랩 됐다. 카셀, 베니스 등 유럽의 도시들이 코로나 엔데믹상황과 상관없이 미술축제를 성황리에 개최하면서 전 세계 관광객들을 불러 들이고 있어서다. 이처럼 가장 적은 투자로 최대성과를 창출하는 예술관광을 우리는 언제쯤 시도할 수 있을까?
<장현우 담빛예술창고 관장. 화가, 문화기획 경영, 도시재생개발, 전남도립미술관 운영자문위원.>
카셀 도큐멘타 관람(본보 7월13일자)을 마친 후 기대와 걱정을 안고 뒤셀도르프에서 베니스행 비행기에 올랐다. 유럽은 펜데믹이 거의 해제돼 마스크를 쓴 사람을 찾아 보기 힘들었다. 그래서인지 베니스의 명소인 산마르코 광장은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광장의 모든 사람이 그랜드 아트투어(미술축제 관람)의 관광객은 아니지만 베니스 비엔날레 전시장을 광장 인근에 배치해 자연스럽게 이들의 동선을 유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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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베니스 비엔날레 포스터 |
이번 행사 공식 주제인 ‘꿈의 우유’(The milk of dreams)는 영국의 초현실주의 작가 레오노라 캐링턴(1917 ~ 2011)의 그림책에서 따온 것이다. 모계중심의 여성성을 강조한 콘셉트로 전시 곳곳에 주제의 상징성을 내포한 작품들이 설치됐다. 초현실주의 예술가인 캐링턴은 젊은이와 노인들을 공포에 떨게 할 수 있는 잡종이나 돌연변이 생물에 대한 꿈 이야기를 들려준다. 상상력의 프리즘을 통해 삶이 끊임없이 재창조되는 마법의 세계를 묘사하며, 그 속에서 사람은 스스로 변하거나 다른 어떤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LA BIENNALE’라 명명된 전시장을 들어서자 커다란 사면 거울 중앙의 단상에 코끼리 한마리가 서있다. 대표 상징물로 입구에 자리하고 있는 이 코끼리 형상은 모계중심의 구조적 의미로 입구에 설치됐는데, 사방의 거대한 거울을 통해 관람객과 설치작품이 오버랩되는 느낌을 줬다. 본전시관 내부의 미로같은 방들을 천천히 둘러보고 새로운 형식과 사고의 틀 외에 이 전시가 담고자하는 담론이 직접적으로 전달되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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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 비엔날레 중앙관 입구에 설치된 카타리나 프리츠의 ‘코끼리상’은 여성중심의 사회를 상징한다. |
베니스 비엔날레가 ‘미술 올림픽’으로 불리는 이유는 독특한 국가관 전시 때문이다. 카스텔로공원 자르디니에 자리한 한국관은 ‘나선(Gyre)’을 주제로 김윤철의 신작 설치 작품등 총 6점을 공개했다. 입구에 들어서자 관람객들이 신기하듯 중앙에 설치된 김 작가의 키네틱 작품 ‘크로마V(Chroma V)’를 진지하게 감상하고 있었다. 예술과 과학을 융합한 것으로 새로운 혼돈을 통해 질서가 탄생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용처럼 생긴 뒤틀린 기계장치는 유체동력 장치로 각각의 마디에 부착된 모니터가 계속 변화하고 이름없는 재료, 목적없는 장치, 미시세계, 그리고 우주적 사건들이 세계를 미로로 비추고 있다. 이러한 감각과 감각의 변화를 통해 꿈의 경치로 연출하고자 했다고 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한국관은 올해 행사 참여준비 단계부터 잡음이 많아 국제 미술계에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새롭게 선임된 이영철 예술감독, 김윤철 참여작가의 불협화음이 초유의 관심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국가관 전시중 특이점은 2017년에 인상 깊게 관람했던 러시아관이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으로 인한 이유인지 모르겠으나 입구가 차단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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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키 드 생팔의 ‘그웬돌린’ (Gwendolyn) |
베아 에스피조(Bea Espejo) 큐레이션으로 열린 ‘아르쎄날레 디라 비엔날레 디 베네치아 (Arsenale della Biennale di Venezia)’는 스페인관 뿐만 아니라 도시거리를 가로지르며 선착장으로 이어져 펼쳐진다. 이곳에도 각국의 예술가들이 주제와 부합된 상징성을 내포하며 도크를 따라 이어져있고 거리 곳곳에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전시장 규모도 크지만 작품들이 구분없이 관람객의 꿈에 대한 상상력과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무엇보다 성당 천정과 벽에 그려진 오래된 벽화와 하늘 꿈속을 유영하는 사람의 형상이 극적으로 대비되는 느낌을 받았다. 위성전시로 참여했지만 전광영의 ‘한지하우스’전시는 임팩트가 있었다. 그 외에도 한국 작가들 전시가 더 있지만 비엔날레 기간에 화랑과 예술가들이 병행전시로 참여하고도 마치 본전시나 부대행사에 초대된 것처럼 성과부풀리기를 하는 모습들이 보여져 거부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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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에 출품된 김윤철 작가의 ‘크로마V(Chroma V)’ |
비엔날레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 길, 아시아 문화중심도시를 지향하는 광주의 모습이 오버랩 됐다. 카셀, 베니스 등 유럽의 도시들이 코로나 엔데믹상황과 상관없이 미술축제를 성황리에 개최하면서 전 세계 관광객들을 불러 들이고 있어서다. 이처럼 가장 적은 투자로 최대성과를 창출하는 예술관광을 우리는 언제쯤 시도할 수 있을까?
<장현우 담빛예술창고 관장. 화가, 문화기획 경영, 도시재생개발, 전남도립미술관 운영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