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치아가 중요하다-박정회 화순 닥터박플란트치과 원장
2022년 04월 27일(수) 23:00
진료를 하다 보면 이삼일에 한 번 이상 듣는 말이 있다. “어금니는 안 보이니 앞니만 좀 어떻게 해 주세요” 나이도 지긋하신 환자분들이라 사자성어로 대답하곤 한다. 바로 ‘사상누각’(沙上樓閣)이라는 말이다. 모래 위에 집을 짓는다는 뜻이고, 그 의미는 대부분의 환자들이 알고 계신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서는 선뜻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나를 쳐다 보신다. “그게 앞니랑 무슨 상관이오?”

어릴 적 유치를 다 갈고 성인이 된 사람의 이는 사랑니를 제외하고 28개이다. 28개의 이는 저마다 각각의 역할이 있어서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이는 없고, 빠져도 상관없는 이는 없다. 하지만 13세쯤 완성된 치아들은 그 후 수십 년의 세월을 겪으면서 여러 가지 이유로 부서지거나 빠지게 된다. 사실 앞니가 빠지거나 부러지게 되면 체면치레가 중요한 한국 사회에서 가만히 있는 사람은 없고 빠른 시일 내에 치과에 가서 어떠한 방법으로든 그 자리에 이를 해 넣게 된다. 비용은 아깝지만 빠져 있으면 뻔히 보이기에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제 문제는 어금니가 빠졌을 때이다. 어금니는 하나 빠져도 일단 보이지 않으며 불편하긴 하지만 식사를 반대쪽으로 하거나 우선 있는 어금니로 씹어서 해결한다. 그렇게 되면 당장 식사를 못하는 게 아니기에 바쁜 생활에 쫓기다 보면 “나중에”라면서 점점 미루게 된다. 그러는 사이 남아 있는 어금니들은 빠진 어금니의 몫까지 음식을 씹는 일을 해내느라 원래 주어진 일의 양보다 많은 양의 일을 할 수밖에 없다.

한 개가 빠지면 그 이와 부딪히며 음식을 씹어 주던 반대 턱 어금니 한 개도 아무 역할을 하지 못하니 두 개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고, 게다가 빠진 치아 공간으로 반대편 치아는 내려가거나 올라오고, 그 양 옆의 치아는 치아가 빠진 자리로 조금씩 기울어진다. 이 상태로 몇 년 지나가다 보면 전체 어금니가 이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흔들리거나 부서지는 상황으로 흘러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앞니는 아래 앞니와 부딪히는데 어금니가 무슨 상관일까? 위턱 아래턱의 전체 이들이 서로 물리는 상황이라는 ‘교합’에 대해 먼저 설명하고자 한다. 치의학에서는 위아래턱을 다물어 어금니를 부딪치는 순간에는 앞니는 서로 닿지 않으며 아주 꽉 힘을 주게 되어 어금니가 서로 아주 강하게 물리는 경우에 아래 앞니의 끝부분이 윗 앞니의 혀 쪽 면에 살짝 닿게 되는 것을 ‘정상 교합’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 상황은 아주 중요한데 치아는 수직적인 힘에 저항하는 힘은 아주 강하나 옆으로 미는 힘의 경우는 약한 힘이라도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받게 되면 저항하지 못하고 밀려나게 되기 때문이다. 아래 앞니가 삐뚤빼뚤하거나 앞으로 튀어나온 경우 젊었을 때는 괜찮았으나 나이가 들게 되면 윗 앞니가 벌어지고 앞으로 튀어나오게 되어 얼굴 형태가 변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하물며 어금니가 없거나 모자라서 앞니가 음식을 씹는 어금니의 역할을 하게 될 경우는 어떻겠는가? 평상시에는 닿지 않아야 하는 앞니들이 매순간 닿게 된다면 앞니들은 오랫동안 버티지 못하고 흔들리거나 부러지게 된다. 물론 잘 씹히지도 않기 때문에 환자도 음식을 오물오물 씹어 그냥 대충 삼키게 되고, 소화 불량 등 소화기 계통의 질병도 생길 수 있다.

이 상황을 이해하고 있는 치과의사는 어금니가 없는 환자의 “앞니 만 해 주세요”라는 요구가 너무나 어렵게만 느껴진다. 당장이야 치료를 할 수도 있지만 오래 쓰지 못할 상황임을 알고 있는 이상 책임감 있는 치과의사라면 그냥 해달라는 대로 해 주기 어려울 것이다.

‘앞니’ 이야기 하나로 너무 장황하게 설명한 듯 하지만 진료실에서 너무나 자주 듣는, 해결해 드리기 어려운 숙제를 내주시는 환자들에게 구강 건강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를 알려 주는 차원으로 생각해 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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