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몽구 시인, 5·18 42주년 앞두고 ‘5월, 눌린 기억을 펴다’ 발간
2022년 02월 09일(수) 21:40
시민군 항쟁상황 등 59편 작품 수록 “시민들 한·아픔 풀어졌으면”
“더 늦기 전에 제가 현장에서 체험했던 묵은 기억을 꺼내 시로 쓰고 싶었어요. 5월 21일 당시의 기억이 여전히 새롭습니다. 불타는 MBC 방송국 앞에서 김준태 시인을 만났는데 그때 ‘시인은 현장에 서 있어야 하는데 훗날 우리가 본 것을 꼭 세상에 알리자’라고 하더군요. 5·18민중항쟁에 참여하고 지켜본 입장에서 그날의 진실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박몽구 시인. 전남대 재학생으로 5월 항쟁의 도화선이 됐던 금남로 시위를 주도했으며 투옥, 제적됐다. 이후 학교로 돌아와 복학생협의회 회장을 맡아 투쟁을 전개했다.

그가 이번에 5·18 광주민중항쟁 42주년을 앞두고 신작 시집을 펴냈다. ‘5월, 눌린 기억을 펴다’(시와문화)는 학생과 공수특전단이 격돌한 5월 항쟁의 발단에서부터 금남로 대회전, 윤상원 열사 절명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다. 모두 59편의 작품은 따스한 인간애와 이타 정신을 감동 깊게 그렸다.

박 시인은 이번 시집을 펴낸 직접적인 계기가 “당시 계엄군의 엄혹산 감시에도 불구하고 부상당한 시민들을 구한 의사와 간호사 등 살신성인을 실천한 이들의 인간애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5월 항쟁 당시 그는 계엄군의 무차별 진압에 맞서 광주 시민 전체가 투쟁으로 발전하는 것을 생생하게 목격했다. 그 또한 대자보 쓰기, 주먹밥 조달, 시민궐기대회 사회자로 참여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보니 5·18 전체상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새롭게 발굴된 자료를 접하고 직접 현당 답사를 하면서 항쟁의 숨은 진실을 보다 널리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시집 발간을 계기로 당시의 실상이 보다 구체적으로 알려지고 광주시민의 한과 아픔이 신원됐으면 하는 바람이지요.”

그의 말에선 여전히 발포 명령을 내린 이가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은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무엇보다 최근 “쿠데타의 주역들이 당시 전일빌딩에서 벌어졌던 헬기 사격을 부정하는 등 발포 책임을 전혀 지지 않는 사실”을 보면서 더 늦기 전에 5·18의 진상을 환기할 필요를 느꼈다고 한다.

작품은 크게 두 방향으로 집약된다. 하나는 시민군들의 항쟁 상황을 단편 서사시 형태로 담은 것과 또 하나는 죽음의 위협을 무릅쓰고 헌혈 등 시민들을 구조하는 대열에 참여했던 이름 없는 ‘오월 전사’들의 마음을 담아낸 시가 그것이다.

‘금남로 대회전 1’, ‘전남대 정문 앞 혈전’ 등의 시가 전자에 해당한다면 ‘대인시장의 어머니들’, ‘택시운전사 1’ 등은 후자에 속한다. 이들 작품들은 아니 작품집에 수록된 모든 시들은 “깊은 곳에 묵혀 두었던 부채”를 털어내고자 하는 열망의 결과물이다.

“도청에서 출발하는/ 보급 버스를 타고/ 드들강 굽이치는 효천마을로 갔다…// 막 모내기를 끝낸 들에는 초록이 무성했지만/ 청년들은 찾을 수 없었다/ 이미 시민군에 지원해 가거나/ 계엄군의 총 끝을 피해 숨어 지내기 때문이리라(후략)”

위 시 ‘다같이 시민군’은 5·18 항쟁이 누구 혼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광주시민뿐 아니라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모든 사람들의 것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시가 현장성이 강하게 느껴진다는 물음에 시인은 “제 경험이 그대로 녹아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엄군 저격병이 숨어서 총탄을 날리는 가운데서도 마을 사람들이 나와 김밥과 시원한 물을 나누어 주는 것을 보았다”고 덧붙였다.

함께 ‘5월시 동인’으로 활동했던 나종영 시인은 “마지막까지 도청을 사수한 시민군뿐만 아니라 구두닦이, 미장공, 택시운전사, 청년노동자 등 기층 민중들의 희생과 헌신을 구체적으로 그려내었다. 새벽 눈은 그치고 여명의 붉은 빛이 밝아온다. 스러져 간 별빛들을 모아, 그가 그토록 오기를 바랐던 ‘깨끗한 새벽’을 간절히 염원한다”고 평한다.

한편 박몽구 시인은 전남대 영문과와 한양대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으며 시집 ‘십자가의 꿈’, ‘단단한 허공’ 등을 펴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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