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서점에서 즐기는 차와 여유’ 두암동 주택가 ‘치읓의 자리’
2022년 02월 06일(일) 20:15
베스트셀러부터 독립출판물까지
직접 배운 차·다과 제공, 예약 필수
거리두기 풀리면 새벽까지 운영

광주시 북구 두암동의 주택가에 위치한 ‘치읓의 자리’는 책과 차를 함께 만날 수 있는 독립서점이다. 사진은 서점 내부 모습.

‘독립서점에서 즐기는 차와 여유’

12평 남짓 조그마한 책방에서 나 홀로 책을 읽는다면 어떤 기분일까. 내 집, 내 방에 있어도 오로지 ‘나’만을 위한 공간이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찾으면 좋을 만한 책방이 문을 열었다.

어느 조용한 주택가에 자리한 독립서점 ‘치읓의 자리’(광주시 북구 두암동 848-16)는 규모는 작지만 예약제로 운영돼 서점을 통째로 ‘전세’낸 듯 한 느낌으로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지난 몇 년간 광주에는 1년 365일 문을 여는 무인책방, 매년 주제를 정해 10 여권의 책만 판매하는 서점, 식물과 관련 서적 등을 판매하는 식물책방 등 책을 판매하는 ‘장소’의 의미를 넘어 독특한 특색을 담고 있는 독립서점들이 생겨났다.

‘치읓의 자리’도 그 중 하나다. 이곳은 ‘차’(茶)를 마시면서 책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조용히 사색하며 여유를 만끽하기에 제격이다.

한쪽 벽에는 잡지, 그림책 등이 전시돼 있다.
입구 오른쪽, 간판이 조그맣게 붙어있는 서점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공간을 가득 메운 인센스 스틱 향이 마음을 녹인다. 서점에는 음악이 흐르고 유리창을 통해 따스한 겨울 햇살이 들어온다. 책을 읽을 수 있는 커다란 테이블이 놓여있고, 그 위에는 다양한 종류의 책들이 올려져 있어 취향에 따라 골라 읽을 수 있다. 한쪽 벽엔 가족, 계절, 여행을 주제로 한 책들이 꽂혀있고 딱딱한 서점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편안한 느낌을 주기 위한 옷걸이, 목각신발 등의 소품을 보는 재미도 있다. 감염병 시대, 한쪽에는 손을 씻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이곳은 어떻게 탄생하게 됐을까.

지난 10여 년간 요식업에 종사했다는 서점 주인 이진(39)씨는 ‘사람’으로부터 받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자 일을 그만두고 서점을 열기로 했다. 어렸을 적 부터 책을 좋아했다는 이 씨는 만화방을 운영하는 것이 꿈이었다.

“친구랑 내기하듯 책을 읽었어요. 도서관 다독자 명단에 항상 오를 정도였죠. 제가 어렸을 땐 만화방이 동네 사랑방 역할을 했어요. 연탄난로를 피워놓고 주변에 둘러앉아 이야기하고 책을 보기도 했었죠. 나중에 커서 그런 책방을 운영하고 싶었어요.”

서점에서 만날 수 있는 차와 다과.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차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독립서점이자 찻집인 셈. 한 권의 책을 읽는데 시간이 소요되듯이 차를 우리는데도 시간이 필요해 둘의 결이 비슷하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책방 이름도 ‘책’과 ‘차’의 치읓을 따 지었다.

서점을 이용하려면 예약은 필수다. 80분간 이용할수 있는데 예약시간에 맞춰 방문하면 탄산수, 간식 등이 미리 세팅된 자리가 반겨준다. 메뉴에는 백·황·청·흑차 등 네 종류의 차와 와인, 디저트 등이 적혀있다. 차를 주문하면 마들렌, 조각케익, 보늬밤, 호두정과 등 그때그때 달라지는 간식이 함께 나오는데, 가격대는 1만3000원~2만원이다.

이 씨는 주로 책을 통해 차를 배웠다. 그리고는 서울의 유명 찻집을 다니며 직접 맛을 보고, 차회(茶會)를 찾아 다니며 조언을 들었다.

“차는 백·녹·청·홍·흑차 등 5대 다류 또는 황차까지 6대 다류로 분류되는데 이 차들을 모두 메뉴에 넣기엔 종류가 많아 우선 백·황·청·흑 네 종류만 팔기로 했어요. 가장 대중적이면서 거부감이 적은 차를 위주로 선택했고, 봄에는 카모마일, 여름에는 녹차 등 계절에 어울리는 차를 제공하는 시즌메뉴도 준비했습니다.”

계절마다 만날 수 있는 차가 다르듯 책도 철마다 달라진다. 여름에는 여행을 주제로 한 책이, 가을·겨울에는 위로와 위안을 주는 서적이 주로 팔린다. 최근에는 어른을 위한 동화책도 인기다.

원래는 늦은 밤, 새벽까지 서점을 운영하는 것이 목표였다. 메뉴에 와인이 있는 것도 술과 함께 보는 책이 색다른 재미라 느껴졌기 때문이다.

“밤 늦게까지 하는 식당, 술집은 있어도 책방은 없잖아요. 캄캄한 밤, 자신만의 공간에서 술 한잔과 함께 책을 보는 재미를 많은 분들에게 알려주고 싶었어요. 지금은 코로나 19로 밤 9시면 문을 닫아야 하지만 언젠가 제한이 풀리면 새벽까지 열어둘 예정입니다.”

지난해 서점이 그저 책과 차만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었다면 올해는 작가와의 대화, 원데이클래스 등 좀 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는 장소로 운영할 생각이다.

“예약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많이들 오셔서 편하게 있다 가시길 바랍니다. 책, 차와 함께 다양한 클래스도 준비할 예정이니 ‘사랑방’이라고 생각하고 찾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운영시간 낮12시~밤9시, 매주 화요일 휴무. 문의 010-2710-9038.

/글·사진=전은재 기자 ej662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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