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만 투혼-김 윤 하 전남대병원 고위험산모·신생아통합센터장
2022년 01월 27일(목) 02:00 가가
일요일 아침 7시30분께 잠이 덜 깨 비몽사몽 하던 차에 병원에서 당직 전공의로부터 전화가 왔다. 왠지 불길한 기분을 안고 받았더니 “큰일 났습니다. 만삭 전 조기 양수 파열로 입원 중인 임신부에게서 탯줄이 질로 빠져 밖에서 보입니다. 아기 심장 소리도 작아집니다.” “당장 수술 준비 하고 수술실로 옮기세요. 곧 출발하겠습니다.”
임신과 출산을 주로 다루는 산부인과 의사들에게 휴일은 없다. 대학병원 원로 교수도 예외는 아니다. 하루 24시간, 365일이 응급 당직이다. 세수를 하는 둥 마는 둥 부리나케 병원에 도착, 뜀박질하여 본관 스피드게이트를 통과하고 수술장 앞 스피드게이트에 도착했다. 한데 출입용 아이디카드가 읽히지 않아 문이 안 열린다. ‘휴대전화 지갑 속이라 센서가 작동 안 하나 보다’라고 생각하고 아이디카드를 꺼내려고 하는데, 서두르는 통에 카드가 게이트 너머로 빠져버렸다.
문은 열리고 않고, 아기 목숨이 위태로운데 잠깐 사이 수많은 생각이 지나쳤다. 마음은 급하고 할 수 없이 게이트를 넘어가기로 결정했다. 1m 정도 되는 높이인데 톰 크루즈 정도 실력은 아니어도 이 정도는 식은 죽 먹기라 생각했지만, 겨우 올라간 후 착지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뿔싸! 왼쪽 발목이 지끈거린다. 시멘트 바닥에 충격이 심했던 모양이다.
절뚝거리며 황급히 수술실로 올라갔다. 그 사이 수술장으로 옮기는 중이라는 연락이 오고 제왕절개술을 시작, 7시 50분께 분만이 이뤄졌다. 골든타임 내 분만이다. 조산아라 울음소리가 시원하진 않지만 다행히 태아 심장은 잘 뛴다고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전해준다. 살았다! 저절로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태반은 태아의 호흡, 영양 공급, 임신 유지에 필요한 호르몬 합성 등 중요 기능을 담당하는 임신부의 핵심축이다. 자궁 동맥을 통하여 산소와 영양분이 태반에 전달되며, 이들이 탯줄을 통하여 자궁 내 태아에게 공급된다. 즉 탯줄은 태아의 생명줄이다. 탯줄이 태아 머리, 발, 손 등에 눌리거나 꼬이거나 당겨지거나 하면 태아 심장 소리에 이상이 온다. 일반적으로 분만 중 전자 태아 심박동 감시장치를 통해 태아 심장 소리의 이상 여부를 체크하게 된다.
이렇게 귀중한 탯줄이 질 밖으로 빠지다니(탯줄 탈출) 얼마나 위급한 상황이었는지 상상이 될 것이다. 1분 1초의 경각에 목숨이 걸려 있어 처치가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사망할 수 있고, 목숨을 건졌지만 태아 머리로 가는 산소 공급이 부족하여 저산소성 허혈성 뇌병증, 즉 뇌성마비를 일으킬 수 있으니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뇌성마비는 생후 초기에 발생한 비가역적 비진행성의 운동 및 체위 장애를 말하며 경련이나 정신 지체가 잘 동반되는 탓에 온 가족들에게 사회적 경제적 부담을 주는 정말 무서운 질환이다.
신생아는 집중 치료실에서 한동안 입원해 있다가 아무런 합병증 없이 퇴원했다. 왼쪽 발목은 10일 정도 지끈거리며 불편했지만 한 생명을 살렸다는 자부심이 모든 것을 상쇄시켰다.
만약에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신생아가 합병증이 있어서 뇌성마비가 온다면 생각하기도 싫은 시나리오다. 이처럼 예상하지 못하는 의료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산부인과 의사들은 ‘불가항력적 분만 사고’에 대해 국가가 100% 책임지는 법 개정이 절실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임신부를 수술하는 것은 엄마와 아이 두 명의 생명을 살리는 일이라 다른 진료 분야보다 우선해야 할 것이다.
“당신은 무엇 때문에 산부인과에 지망했습니까?”
“저는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다치거나 병에 걸리는 등 피해를 당한 환자를 치료하는 다른 과와는 달리, 산부인과는 일상적으로 임신하고 분만하는 생리적인 상황을 돕는 매력적인 곳이어서 지원했습니다.” 1985년 12월 산부인과 전공의 면접시험에서 나는 이렇게 답변했다.
새해를 맞아 분만 인프라 붕괴 위험에도 묵묵히 분만실에서 최선을 다해 임산부들을 돌봐 주고 있는 산부인과 의사들에게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과 많은 관심이 있기를 희망한다.
태반은 태아의 호흡, 영양 공급, 임신 유지에 필요한 호르몬 합성 등 중요 기능을 담당하는 임신부의 핵심축이다. 자궁 동맥을 통하여 산소와 영양분이 태반에 전달되며, 이들이 탯줄을 통하여 자궁 내 태아에게 공급된다. 즉 탯줄은 태아의 생명줄이다. 탯줄이 태아 머리, 발, 손 등에 눌리거나 꼬이거나 당겨지거나 하면 태아 심장 소리에 이상이 온다. 일반적으로 분만 중 전자 태아 심박동 감시장치를 통해 태아 심장 소리의 이상 여부를 체크하게 된다.
이렇게 귀중한 탯줄이 질 밖으로 빠지다니(탯줄 탈출) 얼마나 위급한 상황이었는지 상상이 될 것이다. 1분 1초의 경각에 목숨이 걸려 있어 처치가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사망할 수 있고, 목숨을 건졌지만 태아 머리로 가는 산소 공급이 부족하여 저산소성 허혈성 뇌병증, 즉 뇌성마비를 일으킬 수 있으니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뇌성마비는 생후 초기에 발생한 비가역적 비진행성의 운동 및 체위 장애를 말하며 경련이나 정신 지체가 잘 동반되는 탓에 온 가족들에게 사회적 경제적 부담을 주는 정말 무서운 질환이다.
신생아는 집중 치료실에서 한동안 입원해 있다가 아무런 합병증 없이 퇴원했다. 왼쪽 발목은 10일 정도 지끈거리며 불편했지만 한 생명을 살렸다는 자부심이 모든 것을 상쇄시켰다.
만약에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신생아가 합병증이 있어서 뇌성마비가 온다면 생각하기도 싫은 시나리오다. 이처럼 예상하지 못하는 의료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산부인과 의사들은 ‘불가항력적 분만 사고’에 대해 국가가 100% 책임지는 법 개정이 절실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임신부를 수술하는 것은 엄마와 아이 두 명의 생명을 살리는 일이라 다른 진료 분야보다 우선해야 할 것이다.
“당신은 무엇 때문에 산부인과에 지망했습니까?”
“저는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다치거나 병에 걸리는 등 피해를 당한 환자를 치료하는 다른 과와는 달리, 산부인과는 일상적으로 임신하고 분만하는 생리적인 상황을 돕는 매력적인 곳이어서 지원했습니다.” 1985년 12월 산부인과 전공의 면접시험에서 나는 이렇게 답변했다.
새해를 맞아 분만 인프라 붕괴 위험에도 묵묵히 분만실에서 최선을 다해 임산부들을 돌봐 주고 있는 산부인과 의사들에게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과 많은 관심이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