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숙자 시인 ‘찻물이 끓어오를때’, 담담함과 간결함 그리고 여백의 미학
2022년 01월 12일(수) 19:30
“생을 살아가면서 도처에 숨어 있는 크레바스 같은 시기를 겪지 않은 이가 있을까. 어떤 연유로 인하여 덮어버렸던 시간이었지만 그것도 나의 게으름으로 자책해본다. 그간 묵혀 두었던 나의 발자취 지금 뒤적여 보지 않는다면 더 후회로 남을 것 같기에…”

해남 출신 강숙자 시인의 신작 시집 ‘찻물이 끓어오를 때’(한림)는 제목 그대로 잔잔하면서도 은은한 향이 배어나오는 작품집이다. 시낭송가이기도 한 시인의 이번 시집은 여백의 미학을 느낄 수 있는 간결함이 묻어난다.

작고한 문병란은 제자인 강 시인의 시에 대해 “그의 사회활동 하루하루가 시와 관련을 갖고 있어 행동과 시의 일치라는 그 나름의 문학관이 엿보이는 바 ‘봉사적 휴머니즘과 예술적 서정시의 만남’이라는 실용적 문학론을 거론할 만 하다”고 평한 바 있다.

강 시인의 시는 참여적 성실성과 아울러 존재의 무상을 극복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시의 이면에는 찻물 같은 담담함과 고요함 그리고 단아한 이미지가 드리워져 있다.

“찻물이/ 끓어오를 때까지/ 그 기다림은/ 그 향의 깊이만큼/ 마음 속의 고요도/ 차오른다// 나의 존재의 집에서/ 상실된 자아는/ 문득/ 내 생의 언저리에 감도는/ 긴장만큼이나/ 진한 빛깔의 향기를 토해낸다…”

표제시 ‘찻물이 끓어오를 때’는 전체 시집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화자의 성정과 심상을 엿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시 세계의 지향점도 가늠할 수 있다. 한편 강 시인은 한국문학예술작가회 신인상으로 등단했으며 지금까지 시집 ‘가을 그녀가 내게로 온다’를 펴냈다. 현재 서은 문병란문학연구소 부이사장을 맡고 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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