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공연예술을 위한 탐색-김포천 전 광주비엔날레 이사장
2021년 11월 21일(일) 23:10

김포천 전 광주비엔날레 이사장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케이팝(K-POP) 아티스트이자 광주디자인비엔날레 홍보대사를 맡기도 했던 알렉사가 지난 9월 29일 미국 LA 다저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경기에서 미국 국가 가창자로 나서 눈길을 끌었다.

알렉사는 지난 10월 경남 창원에서 열린 ‘2021 창원 K-POP 월드 페스티벌’에서는 미국 UCLA 대학 커버댄스팀 쏠라와 함께 신곡 ‘엑스트라’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이 행사에는 74개국 예선을 거쳐 미국·프랑스 등 10개 팀이 최종 본선에 진출했다. “K-POP, 그들이 무대 위에서 느끼는 전율을 나도 느끼고 싶었다”는 한 출연자의 말을 들으면서 나는 부러운 눈으로 창원 쪽을 바라보았다.

내친 김에 한국 공연예술 지도를 펼쳐보기로 하자. 서울은 특별한 도시 문화로 지역 문화와는 비교도 할 수 없으므로, 따로 떼어 놓고 보기로 한다.

먼저 경기도부터 보자. 자라섬 월드 재즈 페스티벌을 비롯해서 여러 공연예술이 활발한 경기도에서는 2020년 경기도립국악단의 이름을 경기시나위 오케스트라로 바꾸고 우리 고유한 음악을 동시대의 다양한 예술 장르와 융합하는 새로운 스타일의 뮤지컬을 제작, 국악 대중화와 세계화를 선도하고 있다. 지난 10월의 공연 제목이 ‘미래 극장’이었고 부제가 ‘퍼포먼스에 대한 퍼포먼스’였다. 아트와 테크놀로지가 결합한 ‘메타 퍼포먼스’를 지향한다는 것이었다. 여기에서는 예술감독 한 사람의 힘이 공연 성패를 좌우한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다.

뮤지컬 도시로 특화된 대구에서는 지난 11월 8일부터 한국 관광 100선에 선정된 수성못 뮤지컬 프린지 페스티벌이 수상 무대에서 열렸다. 대구에는 1500석 규모의 오페라 하우스가 있고 이곳에서는 대구 세계합창축제가 열린다. 올해 열린 제18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에선 ‘아이다’ ‘토스카’ ‘윤심덕’ 등 대작들이 공연되었다.

부산은 영화, 미술에 이어 공연예술도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부산공연예술축제는 지난 10월 5일부터 7일간 7개의 공연을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부산 북구청에서는 세계여성공연예술축제를 주최하고 작년에는 온라인 컨퍼런스를 개최해 세계 각국의 여성이 주도하는 공연을 대상으로 담론을 펼치기도 했다.

대전은 공연예술과 과학기술과의 접목을 시도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서울과 거리가 멀지 않아 서울과 협업이 추진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국악쪽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전주는 소리 자산을 전북을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문화적 자원으로 인식하고, 이것을 발전시키려 하고 있다. 제20회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지난 9월 29일부터 시작되었다. 한쪽이 전통 음악이요 다른 한쪽이 월드 뮤직이다.

오늘날 세계 공연예술의 트렌드는 다이나믹스, 디지털, 크로스오버로 요약할 수 있다. 민족적인 음악을 근본으로, 세계 공통의 언어와 감성을 빚어내는 것이다. BTS 음악의 핵에는 한국 음악, 판소리의 고갱이가 들어있다고 하지 않던가. K-POP과 함께 엠비규어스 댄스컴퍼니, 이날치밴드를 주목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 한국의 공연예술은 세계인을 황홀하게 하고 있다.

광주는 6·25 직후 1950년대 전쟁의 상흔이 남아 있을 때 홀로 한국 공연예술의 명맥을 지킨 저력 있는 도시다. 그런데 지금 광주 공연예술은 어떤가? 각자의 영역에서 열정으로 창조적 작업에 몰두하고 있고, 평가받을 만한 작품을 제작하는 공연예술가들도 있다.

그런데 허전하다. 폭발력을 가진, 간판으로 내세울 만한 공연 콘텐츠가 없고, 그래서 전체적으로 가라앉아 있는 분위기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한마디로, 성마르게 시작해서 성마르게 끝내는 악순환이 문제다. 준비 기간도 짧고 지속성도 없다.

정율성 공연 하나를 지탱하지 못하고 있다. 언필칭, 정율성은 광주에서나 중국에서나 이제는 관심이 사그라진 것 같다. 20년간 기려왔지만, 결국 성과 없이 예산만 낭비했다고 비판적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다면 묻고 싶다. 광주나 중국에서 제대로 된 정율성 음악회를 몇 번이나 해 보았던가. 전문가들에 의한 기획으로, 시간 여유를 가지고, 본격적으로 연출했던 적이 있었던가. 베이징이나 하얼빈에 깊이 파고 들어가서 열성적으로 교섭하고 협의한 적이 과연 있었던가. 광주의 문화관광 자원으로 이만한 것이 없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정율성을 이끌어 올려야 한다.

지금 전국 각 도시의 공연예술은 코로나 방역에 유념하면서, 포스트 코로나를 향해 강을 건너고 있다. 중요한 것은 혁신이요. 탐색이다. 하늘에서는 구름과 바람이 요동치고 있는데, 땅만 보고 있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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