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들이 가꾼 황금보다 귀한 쌀-조귀임 전 초등학교 교사
2021년 11월 17일(수) 03:00 가가
가을빛이 바래가는 들녘에 서면 소슬한 기운이 온몸을 휘감는다. 드높고 티 없이 맑은 하늘! 시리도록 파란 하늘은 흰 구름을 저만큼 밀고 당긴다. 나뭇가지에 대롱거리는 나뭇잎을 가을바람이 쓸어내리니 가지 사이로 퍼지는 햇살이 더없이 따사롭다. ‘가을에 밭에 가면 가난한 친정에 가는 것보다 낫다’는 속담이 생각난다. 가을 밭에는 그만큼 먹을 것이 많고 풍요롭다는 뜻이다. 가을걷이가 끝난 허허로운 들판이 끝없이 이어진다.
윗대 조상님과 조부모님, 부모님, 큰오빠의 시제를 지내려고 조카들과 장남이랑 음식을 장만해서 들녘을 찾았다. 어릴 때 농촌에서 자라서인지 농촌이 고향처럼 푸근하고 정겹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다. 벼가 노릇노릇 익어갈 무렵 온 들판을 누비며 포르르포르르 날아다니는 메뚜기를 잡으러 친구들이랑 사이다병을 들고 야단법석을 떨며 논길을 누볐다. 메뚜기가 병에 가득차면 볏논에서 함께 자란 피를 뽑아 그 줄기에 메뚜기를 꿰어서 집으로 달려가곤 했다. 메뚜기를 솥에다 넣고 소금이랑 기름을 넣고 볶으면 고소한 그 맛이 천하일품이다. 지금도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다. 지금은 농약을 남용해서 논에서 우렁이, 메뚜기, 미꾸라지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그저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할 수밖에 없어서 아쉽다.
시골 학교 근무 시절, 농번기에 동료 교사를 돕기 위해 전 직원이 동원돼 모심기를 했는데, 교장 선생님과 나는 못줄을 잡는 역할을 했었다. 박아 놓은 못줄 막대기를 옮기기가 힘들어 어깨랑 허리가 아파서 죽는 줄 알았다. 많은 직원들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논 세 마지기에 모를 금방 심고 나니 사모님과 동네 아주머니들이 빨간 고무 함지박 가득 정성스레 음식을 장만해서 논으로 가져왔다. 보리 섞인 밥, 돼지고기 김치국, 생선찌개, 삶은 닭, 김치, 젓갈, 나물, 상추, 된장, 장아찌, 마른 새우 무침 등 진수성찬이었다. 그중에서도 땀을 식혀 줄 막걸리와 식혜가 인기였다. 논에서 먹는 못밥은 별미였다.
우리 조상들은 왜 영농 조건이 까다로운 쌀농사를 고집하며 모든 농사의 근본으로 삼았을까. 기후와 풍토가 벼농사가 잘되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란다. 단위 면적당 생산량도 다른 곡물들의 추종을 불허해 부양 능력에는 쌀 만한 재료가 없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쌀의 식미적 가치를 빼놓을 수 없다. 쌀로 지은 밥은 담백해 매일 먹어도 싫증 나지 않고 떡이나 술 등 다양한 식품을 만들기에 적격이란다. 모든 곡물 중 가장 훌륭한 탄수화물 공급원이면서 여러 영양소들이 이상적으로 배합된 주식이다.
한자 쌀 미(米) 자를 풀어보면 ‘팔(八)+십(十)+팔(八)’자로 이뤄져 있다. 쌀을 생산하기 위해 88차례 농부의 손길이 보태진다는 의미라고 한다. 소나 경운기로 논갈이한 후 모판을 만들어 모를 기르고, 손이나 이앙기로 모내기를 마치면 거름 주기와 물 관리를 계속하고, 제초와 농약 살포로 풍년 농사를 기원한다. 벼 베기와 탈곡이 끝난 후 정미소에서 도정을 하면 비로소 일년 농사가 끝나서 농부들이 허리를 펼 수 있다. 그동안 비가 너무 많이 와도 걱정, 비가 안 와도 걱정, 폭염과 가뭄·홍수는 농사에 치명타이다. 농부는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진리를 따르는 정직한 사람이다. 씨를 심고 가꿔 뿌린 만큼 거두는 농부는 헛된 욕심을 갖지 않으며 농부의 마음(농심)이 곧 하늘의 마음이라고 했다.
이렇듯 황금보다 더 소중한 쌀이기에 쌀을 푸다가 한 톨만 떨어져도 나는 일일이 주워 담는다. 땀과 정성으로 가꿔 낸 황금보다 귀한 쌀을 귀히 여기며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은혜로운 농부들의 노고를 잊지 않겠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다. 벼가 노릇노릇 익어갈 무렵 온 들판을 누비며 포르르포르르 날아다니는 메뚜기를 잡으러 친구들이랑 사이다병을 들고 야단법석을 떨며 논길을 누볐다. 메뚜기가 병에 가득차면 볏논에서 함께 자란 피를 뽑아 그 줄기에 메뚜기를 꿰어서 집으로 달려가곤 했다. 메뚜기를 솥에다 넣고 소금이랑 기름을 넣고 볶으면 고소한 그 맛이 천하일품이다. 지금도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다. 지금은 농약을 남용해서 논에서 우렁이, 메뚜기, 미꾸라지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그저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할 수밖에 없어서 아쉽다.
한자 쌀 미(米) 자를 풀어보면 ‘팔(八)+십(十)+팔(八)’자로 이뤄져 있다. 쌀을 생산하기 위해 88차례 농부의 손길이 보태진다는 의미라고 한다. 소나 경운기로 논갈이한 후 모판을 만들어 모를 기르고, 손이나 이앙기로 모내기를 마치면 거름 주기와 물 관리를 계속하고, 제초와 농약 살포로 풍년 농사를 기원한다. 벼 베기와 탈곡이 끝난 후 정미소에서 도정을 하면 비로소 일년 농사가 끝나서 농부들이 허리를 펼 수 있다. 그동안 비가 너무 많이 와도 걱정, 비가 안 와도 걱정, 폭염과 가뭄·홍수는 농사에 치명타이다. 농부는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진리를 따르는 정직한 사람이다. 씨를 심고 가꿔 뿌린 만큼 거두는 농부는 헛된 욕심을 갖지 않으며 농부의 마음(농심)이 곧 하늘의 마음이라고 했다.
이렇듯 황금보다 더 소중한 쌀이기에 쌀을 푸다가 한 톨만 떨어져도 나는 일일이 주워 담는다. 땀과 정성으로 가꿔 낸 황금보다 귀한 쌀을 귀히 여기며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은혜로운 농부들의 노고를 잊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