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품는 ‘농업인의 날’ 고대한다-박안수 전 농협장흥군지부장·경제학박사
2021년 11월 11일(목) 05:30

박안수 전 농협장흥군지부장·경제학박사

‘농업인의 날’은 11월 11일이다. 농업인의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시키고 농업의 중요성을 되새기자는 의미에서 제정됐다. 1996년 처음으로 지정돼 대통령까지 참석하는 행사로 치러졌다.

당시 우리 농업은 풍전등화라는 표현이 적합할 정도로 위기였다.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이 타결되었고, 세계무역기구(WTO)가 태동해 쌀을 비롯하여 쇠고기·삼겹살 등 모든 농산물의 관세를 낮추거나 폐지하는 게 주도적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우리 농업이 뚜렷한 대책 없이 거친 광야로 내몰렸던 때다.

당시 농업인은 300여만 명에 이르렀으나 지난해 말에는 234만 명으로 줄어 들었다. 우리 지역 농업인도 당시에 비해 반으로 줄었으며, 이 가운데 40세 이하 젊은 농업인은 겨우 1% 정도로 추계되고 있다.

농업 위기에 맞서 정부에서는 규모화를 통한 농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농업회사나 영농조합에 수조 원에 이르는 예산을 투·융자하였으나 대다수가 건실하지 못해 건물만 남아 있는 경우가 많고, 영세한 농민들이 고가의 농기계를 구입함으로써 농가 경제의 큰 압박으로 작용하였다.

최근 들어 정부와 일부 지자체에서 공익 직불금과 농민 수당, 농업 바우처을 통해 농가 소득 증대에 나섰으나 농업 보조금 비율은 아직도 농업 총생산액 대비 5.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주지하다시피 농업에서 비교우위론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정설이다. 대다수 국가가 아직도 농업을 보호 육성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농업인들도 농업의 구조 개편과 시대적인 상황에 적응하면서 경쟁 우위를 점하는 여러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미·중·EU·칠레 등 57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농업인의 피해를 최대한 줄이고 농가 소득 보전을 위하여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을 매년 1000억 원씩, 10년 동안 1조 원을 조성하여 농업에 지원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6년이 지난 현재 1293억 원만 조성된 상황이다.

정부가 농업 재원 확충을 미루는 동안 농민들의 삶은 피폐해지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해 평균 농가 소득을 4503만 원으로 발표했는데 이는 도시가구 소득의 65%를 밑도는 수치다. 더욱이 농가의 모든 농업 경영 활동에서 얻은 소득의 합인 농업 소득은 1182만 원으로 20년 전이나 변함이 거의 없다. 더욱이 우리의 곡물 자급률은 23%를 넘지 못하고 식량 자급률 또한 45.8%로 매년 농산물 수입액이 거의 40조 원에 이르고 있다.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농업 부문 예산은 문재인 정부 초창기 총예산의 3.6%였으나 내년에는 2.8%대로 크게 감소할 예정이다.

농민들의 고통은 줄어들지 않은 채 지속되고 있다. 올해 초 닥친 혹한으로 과일나무가 고사한 데 이어 양파와 대파, 고추 가격이 곤두박질하고 있다. 나주배 작황 부진에 이어 지난 7월 초 장흥군 등 남부 지역이 폭우로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상 기후 때문에 농사 환경은 이처럼 매년 악화하고 있다. 반가운 소식도 있다. 농업인과 지역민의 오랜 숙원이었던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고향세법)이 마침내 국회를 통과한 것이다.

미국의 투자 귀재인 짐 로저스는 미래 투자 가치가 유망한 곳이 농업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가 가야할 길은 멀다. 우선 젊은 후계농들이 꾸준히 농업에 진출하고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한 스마트팜과 스마트밸리의 건립 등 농업 인프라도 확충해야 한다. 농업의 6차 산업화와 치유 농업 활성화도 정착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가 농업 정책에 큰 비중을 두고 예산을 크게 확충할 필요가 있다. 모든 농민이 희망과 미래를 기약하는 ‘농업인의 날’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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