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영생’ 불멸의 욕망-한근우 한국폴리텍대학 전남캠퍼스 전기과 교수
2021년 11월 08일(월) 23:30
불멸에 관한 관심은 인류사가 기록되기 시작한 시기부터 무한히 반복되고 있다. 고대사를 들여다 보면 기원전 3세기 중국 최초의 황제였던 진시황을 떠올릴 수 있으며, 이 외에도 인도의 ‘리그베다’에는 “불사의 음료 암리타를 둘러싸고 신과 악마가 싸운다”는 등의 다양한 이야기 전해진다. 영생에 관한 인간의 욕망은 아마도 지구가 우주에서 사라져 버릴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인간은 아직 영원히 살 수는 없다. 하지만 점차적으로 평균 수명은 늘어나는 추세이다.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1971년 남녀 평균 수명이 62.3세였으나, 2020년엔 81세로 늘어났다. 50여 년 만에 인간의 수명을 20년이나 끌어 올린 것이다. 최근 100세 시대라는 말이 자주 언급되는데, 충분히 가능성이 있게 느껴진다.

인간이 불멸의 존재로 거듭난다는 것은 반드시 육체가 동반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조금씩 변화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신체적으로 불멸을 한다는 것은 과학기술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다. 하지만 그 누군가의 기억과 정보가 합해진 하나의 디지털 존재로서 ‘디지털 영생’(digital immortality)을 이루는 것은 어떨까? 비록 손으로 직접 만질 수는 없겠지만, 정신적인 교감은 충분하리라 생각한다.

흔히 생물체의 두뇌를 제외하고 가장 복잡한 기계시스템을 우리는 컴퓨터의 두뇌인 CPU를 꼽는다. 두뇌의 뉴런의 개수만큼은 아니지만, CPU는 수십억 개의 트랜지스터(transistor)가 집적(integration)된 매우 복잡한 시스템 중 하나다. 여기서 트랜지스터는 반도체 스위칭 소자로 두뇌의 뉴런들이 신호를 주고받는 것처럼, CPU의 내부의 수십억 개의 트랜지스터는 마치 인간의 두뇌 속 뉴런처럼 전기적인 신호를 주고받으며 정보를 처리한다. CPU 속 트랜지스터 하나가 스위치로서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에는 0과 1의 조합인 비트(bit) 신호를 기반으로 동작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인간이 날 때부터 죽음에 이를 때까지, 두뇌는 무수히 많은 정보를 축적한다. 그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판단과 행동을 한다. 두뇌에 축적된 정보에는 첫사랑의 추억, 길 가다 넘어진 기억, 시험에 합격한 기억, 군 시절 기억 등의 다양한 정보들이 섞여 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좋든 싫든 간에 디지털 기계장치의 늪을 벗어나기는 불가능하다. 현대인의 족쇄, 신용카드를 생각해 보자. 내가 무엇을 타고 어디로 이동했는지, 식사를 위해 한식집을 갔는지, 패밀리 레스토랑을 갔는지, 누군가에 고백하기 위해 언제 꽃가게로 갔는지 등의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신용카드 사용 이력 확인 한 번으로 알 수 있다. 개미가 페로몬 향을 풍기며 자신의 발자취를 남기듯,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각종 디지털 기계장치로 인해 ‘디지털 흔적’을 남기며 살아가고 있다.

결국 누군가의 정보를 모아 모아 데이터화하고, 이를 고용량의 CPU로 정보를 이식한다면, ‘디지털 영생’이 가능하지 않을까? 그리고 이렇게 이식된 CPU를 또다시 기계와 전자 감각기관이 잘 갖추어진 로봇에 이식한다면, 불멸은 물론이고 하나의 의식이 있는 존재가 새롭게 탄생될지 모를 일이다.

그런데 정교한 기술로 마음이 이식되었다고 치더라도, 뭔가 석연치 않다. 마치 워드 프로세서에서 손쉽게 사용하는 ‘컨트롤 C’ ‘컨트롤 V’ 기능으로 문자를 복사해 찍어 내듯, 마음이 이식된 기계 덩어리도 최초의 우리와 동일한 존재로 보아야 할까? 그리고 이식되기 전의 내가 진짜일까 아니면, 로봇에 이식된 나도 여전히 나일까? 이 외에도 많은 의구심이 제기될 것이다. 언젠가는 마음의 이식이 크게 거부감 없이 누구나 쉽게 생각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지만, 의구심은 쉽게 떨쳐 버리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는 늘 낮과 밤을 맞이하고, 매년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지구별 한복판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지구에서 살아가는 우리 인간은 태어나고 죽음에 이르는 자연에 이치를 아직 거역하지 못한다. 필자는 우리의 생(生)과 사(死)는 지구라는 대자연이 선순환되는 원동력이이며, 인류가 영속되는 하나의 과정이라 생각한다. 그렇다. 대자연의 구성 요소인 인간이 이러한 선순환 구조를 불멸을 위해 거역하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의 후대는 영원히 지속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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