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의 독서-김영란의 명작 읽기] 김영란 지음
2021년 10월 29일(금) 15:00 가가
한국 첫 여성 대법관이 삶의 굽이굽이에서 만난 책
한국 최초의 여성대법관이자 ‘소수자의 대법관’으로 불리는 김영란이 자신의 삶을 구성했던 독서의 경로를 담은 책을 펴냈다.
‘시절의 독서-김영란의 명작 읽기’는 ‘평생 유일하게 지속해온 것이 책읽기라고 말할 정도로 성실한 독서가’로 살아온 그가 자신이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 읽어온 책들이 어떻게 자신의 삶을 만들어 왔는지 차분히 써내려간 책이다.
‘김영란의 책 읽기의 쓸모’를 통해 이미 책읽기에 대한 글을 썼던 작가는 이번에 삶의 굽이굽이에서 만난 8명의 작가의 작품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에 등장하는 명작들은 어린 시절 만났던 책과 저자들로부터 시작한다. 책을 놀이도구로 삼았던 시절, 온 가족들이 함께 읽었던 ‘작은 아씨들’의 루리자 메이 올켓은 힘든 현실을 이겨내기 위해 네 자매가 함께 상상했던 세계를 소설 속 판타지 월드로 구축했으며 ‘제인에어’, ‘폭풍의 언덕’의 브론테 자매는 죽음을 넘어서는 삶을 그려내기 위해 초자연적인 힘이 약동하는 작품을 써냈다.
저자는 작가로서의 성공과 가족을 꾸려나가는 문제에서 결정적인 어려움을 느꼈던 노벨문학상 수상자 도리스 레싱 등 변방에 존재했던 작가들에게도 우정어린 편지를 쓴다. 여성의 수가 극소수였던 법률가 사회에서 일하던 시절 만난 도리스 레싱은 문학사에서 페미니즘의 전사처럼 여겼지만 실은 어머니로부터 끝없이 도망치던 아이였다고 분석하면서 ‘모성’이라는 신화에 맞서 고군분투하는 도리스의 좌절과 안간힘을 ‘생존자의 회고록’, ‘금색공책’ 등의 소설 속에서 면밀히 읽어낸다.
또 마거릿 애트우드의 ‘시녀 이야기’와 ‘증언들’은 권력이 스스로 신격화하여 비인격화되고 관료주의화하는 세계를 단순명료하게 보여주면서 그런 세계에서 가장 힘이 없는 계층인 여성이 어떻게 취급되는 지를 놀라운 상상력으로 보여준 작품이라 분석한다.
책은 ‘끝이 보이지 않는 미로의 세계를 헤매는 현대인들의 삶에까지 연결시켜 사유해보아야만 제대로 읽히는’ 밀란 쿤데라,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에 대한 이야기도 풀어낸다. 카프카의 ‘성’을 관료주의가 기계적으로 작동하는 세계에 대한 암울한 예측이라고 해석하면서, 법해석학을 수행하며 살아온 법률가로서의 경험을 털어놓는다.
그밖에 삶을 바깥에서 관찰할 수 있도록 해주는 커트 보니것의 소설들을 소개하고, 은퇴 무렵에 이르니 자신의 삶에 대한 은유로 가득 찬 이야기를 끝없이 들려준 안데르센에게 귀를 기울이게 된다고 말한다.
“나는 책에서 세상과 싸울 무기를 구하기보다는 살아가면서 부딪치는 세상을 납득해보려는 도구를 찾아왔다 는 생각이 든다”는 저자는 “책읽기가 때로는 사유의 샘을 깨우는 폭포수일 수도 있지만, 삶의 각 페이지를 힘겹게 넘어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까운 친구가 되어주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고 말한다. <창비·1만6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시절의 독서-김영란의 명작 읽기’는 ‘평생 유일하게 지속해온 것이 책읽기라고 말할 정도로 성실한 독서가’로 살아온 그가 자신이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 읽어온 책들이 어떻게 자신의 삶을 만들어 왔는지 차분히 써내려간 책이다.
책에 등장하는 명작들은 어린 시절 만났던 책과 저자들로부터 시작한다. 책을 놀이도구로 삼았던 시절, 온 가족들이 함께 읽었던 ‘작은 아씨들’의 루리자 메이 올켓은 힘든 현실을 이겨내기 위해 네 자매가 함께 상상했던 세계를 소설 속 판타지 월드로 구축했으며 ‘제인에어’, ‘폭풍의 언덕’의 브론테 자매는 죽음을 넘어서는 삶을 그려내기 위해 초자연적인 힘이 약동하는 작품을 써냈다.
책은 ‘끝이 보이지 않는 미로의 세계를 헤매는 현대인들의 삶에까지 연결시켜 사유해보아야만 제대로 읽히는’ 밀란 쿤데라,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에 대한 이야기도 풀어낸다. 카프카의 ‘성’을 관료주의가 기계적으로 작동하는 세계에 대한 암울한 예측이라고 해석하면서, 법해석학을 수행하며 살아온 법률가로서의 경험을 털어놓는다.
그밖에 삶을 바깥에서 관찰할 수 있도록 해주는 커트 보니것의 소설들을 소개하고, 은퇴 무렵에 이르니 자신의 삶에 대한 은유로 가득 찬 이야기를 끝없이 들려준 안데르센에게 귀를 기울이게 된다고 말한다.
“나는 책에서 세상과 싸울 무기를 구하기보다는 살아가면서 부딪치는 세상을 납득해보려는 도구를 찾아왔다 는 생각이 든다”는 저자는 “책읽기가 때로는 사유의 샘을 깨우는 폭포수일 수도 있지만, 삶의 각 페이지를 힘겹게 넘어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까운 친구가 되어주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고 말한다. <창비·1만6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