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2021년 10월 25일(월) 05:30 가가
사과는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과일 가운데 하나다. 물론 사과에 대한 생각이나 느낌은 저마다의 경험에 따라 다를 것이다. 기독교 관점에서 ‘이브의 사과’는 원죄의 의미를 담고 있다. 아들 머리 위에 놓인 사과를 명중시킨 ‘빌헬름 텔의 사과’는 스위스 독립운동과 연관돼 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파리스의 사과’는 트로이 멸망의 원인이 된다. 신화는 신들의 잔치에 초대받지 못한 불화의 여신 에리스가 ‘가장 아름다운 이에게’라고 쓰인 사과를 연회장에 던지면서 시작된다. 이 황금사과를 놓고 세 여신인 헤라·아테나·아프로디테가 다툼을 벌인다. 심판은 트로이 왕자 파리스. 여신들은 각기 자신이 가진 최고의 선물을 주겠다며 파리스를 유혹한다. 헤라는 권력을, 아테나는 지혜를, 아프로디테는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주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결국 파리스는 아프로디테를 선택하게 되고, 헤라와 아테나의 질투로 트로이 전쟁이 발발한다.
윤석열 전 총장이 ‘전두환 옹호’와 ‘개 사과’로 공분을 사고 있다. ‘전두환이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를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고 호남인들도 그런 얘기를 한다’는 게 애초 발언의 요지였다. 대선 예비후보로서의 국가관과 호남 비하 논란이 확산되자 윤 전 총장은 돌잔치에서 사과를 쥐는 사진을 SNS에 게재했다. 어처구니없는 행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마지못해 유감 표명을 한 날 다시 개에게 사과를 주는 사진을 올렸다.
5·18은 우리 현대사의 가장 참혹한 역사다. 광주 시민들은 오랫동안 폭도라는 누명을 쓰고 고통의 시간을 감내해야 했다. 그런데 시민들의 한과 응어리를 위로하지는 못할망정 ‘개 사과’라는 기상천외한 발상으로 조롱을 한 것이다. 생의 황혼이 다가오는데도 사과 한마디 없는 학살 주범 전두환의 행태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사과는 풍요와 사랑을 상징하는 과일이다. 한편으로 기만·죽음 같은 부정적 의미로도 환기된다. 윤 전 총장의 망언과 ‘개 사과’가 멸망을 자초한 ‘파리스의 사과’가 되지 말란 법이 없다. 분명한 것은 정치인은 ‘말의 열매’를 먹게 된다는 사실이다.
/박성천 문화부 부장 skypark@kwangju.co.kr
사과는 풍요와 사랑을 상징하는 과일이다. 한편으로 기만·죽음 같은 부정적 의미로도 환기된다. 윤 전 총장의 망언과 ‘개 사과’가 멸망을 자초한 ‘파리스의 사과’가 되지 말란 법이 없다. 분명한 것은 정치인은 ‘말의 열매’를 먹게 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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