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 괜찮아
2021년 10월 18일(월) 02:00 가가
가을 햇살이 다사롭습니다. 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도 도로변에서 노랗게 말라 가는 벼들, 마당에서 빨갛게 말라 가는 고추, 산과 들 사이로 산들산들 부는 바람을 만날 수 있는 활동하기 썩 좋은 계절입니다. TV를 끄고, 집 주변이나 공원을 산책하듯 호젓이 걸어 보시지요.
가을 들판이 시나브로 비워집니다. 꽉 찼던 공간이 추수가 끝나면서 여백을 넓혀갑니다. 나무들도 열매를 떨어트리고 강물도 차갑게 맑아집니다. 괜찮습니다. 다들 순리, 자연의 순환이라고들 하지요. 그 속에 나도 덩달아 순환되고 있습니다. 그러니 좀 늙고 힘없고 아파도 괜찮습니다. 괜찮지요. 그 순환의 일원으로 끼어 있다는 것, 그 삶이 눈부실 따름입니다.
멀리 여객선이 지나갑니다. 갑판 위에 가족들의 모습이 정겹네요, 그들의 여행길에 행운을 빕니다. 저는 지금 갈대 출렁이는 시골길을 걷고 있습니다. 비록 홀로 걸어도 가을 서정과 함께 하는 여행은 비행기나 유람선 여행보다 훨씬 더 자연과 밀착되고 자아를 만날 수 있는 참된 여행이랍니다.
도회지로 들어서니 건물들이 하늘을 찌릅니다. 높고 큰 집들만 높은 것이 아니네요. 집값도 덩달아 하늘 높은 줄 모릅니다. 그러나 괜찮습니다. 내 몸 하나 뉠 수 있는 방 한 칸 있으니까요. 간혹 벽에서 들려오는 이웃집 소리가 외롭지 않고, 집주인에게 쫓겨 다른 곳에서 살아 보는 것도 행복합니다. 내 집이 아닌들 어찌합니까. 평생 무소유로 살다간 스님도 있었으니, 처마 밑 제비집이나 감나무 꼭대기 까치집에 비하면 별장이 따로 없지요.
잘산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좋은 집에서 맛있는 것 먹고, 멋진 차를 타는 일상이 잘사는 삶일까요. 언제부턴가 우리는 타인의 기준으로 살아가고 세상을 봅니다. 산다는 것은 겉치레가 아니지요. 가족과 화목하고 마음의 평온을 추구하며 세 끼 굶지 않고 누울 자리 있으면 그것도 잘사는 것이지요. 자기 기준으로 세상을 볼 때, 당신도 우리도 잘살게 됩니다. 세파에 쫓기지 않고 자기 마음을 따라 사는 삶도 썩 괜찮습니다.
가을비를 맞아 몸이 으스스하다고요. 어쩜 감기에 걸릴지 모르겠다고요. 어디 며칠 아파 끙끙거리면서 오래도록 병실에서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 노동자, 장애인, 소외당한 노인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면, 그들 곁으로 몇 미터라도 다가갈 수 있다면 서너 날 감기쯤은 괜찮습니다. 몸은 좀 아파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질 것 같네요.
학생들이 재잘거리고 있습니다. 시험이 코앞이랍니다. 시험이 끝나면 결과가 좋지 않다고 불평일 것입니다. 행복의 반대는 불행이 아니라 불만이라고 하지요. 살다 보니 시험은 특별한 날에 치르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가 시험이더군요. 오늘도 저는 제 성적표를 매겨 봅니다. 친절하지 않았네요. 부모님께 전화도 못 했고, 오늘 일을 마무리 짓지도 못했습니다. 제 성적은 이렇게 언제나 빵점입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오늘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내일을 준비하는 일이 시험이고 공부이지요, 그러니 오늘 성적에 조급할 필요는 없습니다.
온통 선거 이야기네요. 친구는 자기가 원하지 않는 사람이 당선될까 걱정이랍니다. 어디 뜻대로 인생사 술술 풀리던가요. 설혹 내가 지지한 사람이 떨어졌을지라도 당선된 사람은 더 많은 이의 사랑과 선택을 받았으니 그것도 괜찮지 않나 싶습니다. 나로부터 조금만 벗어나면 너이고 이웃이며 우리입니다. 나를 버린 만큼 네가 더 잘 보입니다. 내가 편해지고 내가 더 행복해지지요.
헤어지자는 친구의 말에 속상하다고요. 변함없는 사람이 그립다고요. 그렇습니다. 제행무상이라고, 10년이면 강산은 물론 세상도 다 변하는데 어찌 사람이라고 변하지 않겠습니까. 어디 다른 곳에서 잘 살면 언젠가 볼 일이 있겠지요. 지금 좀 서로 불편해도 이 또한 변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잠깐의 이별이든 영원한 석별이든 괜찮습니다.
돈이 많지 않아도, 물질이 풍요롭지 않아도, 오늘 뜻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지금은 젊거나 예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까짓 것, 타인의 시선으로 보이는 나, 그러면 좀 어떻습니까. 지구본을 보듯 세상을 보지 못하지만, 지금부터 좀 떨어져서 세상을 관조하며 작은 것에서 충만을, 소소한 것에서 기쁨을, 아기자기한 것에서 보람을, 그냥 존재 자체에서 행복을, 작은 관계에서 사랑을 느끼며 산다면 그것은 스스로 내가 만들어 가는 인생이고 그게 진짜 행복이니 괜찮습니다. 아니 만족해도 됩니다. 가을 들판이 텅 빈 상태로 봄을 준비하듯 텅 빈 마음에서 진정 충만할 수 있답니다. 그러니 우리 모두 그럭저럭 살아가는 세상일지라도 없어도, 비어도, 부족해도 괜찮고 또 괜찮습니다.
멀리 여객선이 지나갑니다. 갑판 위에 가족들의 모습이 정겹네요, 그들의 여행길에 행운을 빕니다. 저는 지금 갈대 출렁이는 시골길을 걷고 있습니다. 비록 홀로 걸어도 가을 서정과 함께 하는 여행은 비행기나 유람선 여행보다 훨씬 더 자연과 밀착되고 자아를 만날 수 있는 참된 여행이랍니다.
가을비를 맞아 몸이 으스스하다고요. 어쩜 감기에 걸릴지 모르겠다고요. 어디 며칠 아파 끙끙거리면서 오래도록 병실에서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 노동자, 장애인, 소외당한 노인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면, 그들 곁으로 몇 미터라도 다가갈 수 있다면 서너 날 감기쯤은 괜찮습니다. 몸은 좀 아파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질 것 같네요.
학생들이 재잘거리고 있습니다. 시험이 코앞이랍니다. 시험이 끝나면 결과가 좋지 않다고 불평일 것입니다. 행복의 반대는 불행이 아니라 불만이라고 하지요. 살다 보니 시험은 특별한 날에 치르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가 시험이더군요. 오늘도 저는 제 성적표를 매겨 봅니다. 친절하지 않았네요. 부모님께 전화도 못 했고, 오늘 일을 마무리 짓지도 못했습니다. 제 성적은 이렇게 언제나 빵점입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오늘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내일을 준비하는 일이 시험이고 공부이지요, 그러니 오늘 성적에 조급할 필요는 없습니다.
온통 선거 이야기네요. 친구는 자기가 원하지 않는 사람이 당선될까 걱정이랍니다. 어디 뜻대로 인생사 술술 풀리던가요. 설혹 내가 지지한 사람이 떨어졌을지라도 당선된 사람은 더 많은 이의 사랑과 선택을 받았으니 그것도 괜찮지 않나 싶습니다. 나로부터 조금만 벗어나면 너이고 이웃이며 우리입니다. 나를 버린 만큼 네가 더 잘 보입니다. 내가 편해지고 내가 더 행복해지지요.
헤어지자는 친구의 말에 속상하다고요. 변함없는 사람이 그립다고요. 그렇습니다. 제행무상이라고, 10년이면 강산은 물론 세상도 다 변하는데 어찌 사람이라고 변하지 않겠습니까. 어디 다른 곳에서 잘 살면 언젠가 볼 일이 있겠지요. 지금 좀 서로 불편해도 이 또한 변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잠깐의 이별이든 영원한 석별이든 괜찮습니다.
돈이 많지 않아도, 물질이 풍요롭지 않아도, 오늘 뜻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지금은 젊거나 예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까짓 것, 타인의 시선으로 보이는 나, 그러면 좀 어떻습니까. 지구본을 보듯 세상을 보지 못하지만, 지금부터 좀 떨어져서 세상을 관조하며 작은 것에서 충만을, 소소한 것에서 기쁨을, 아기자기한 것에서 보람을, 그냥 존재 자체에서 행복을, 작은 관계에서 사랑을 느끼며 산다면 그것은 스스로 내가 만들어 가는 인생이고 그게 진짜 행복이니 괜찮습니다. 아니 만족해도 됩니다. 가을 들판이 텅 빈 상태로 봄을 준비하듯 텅 빈 마음에서 진정 충만할 수 있답니다. 그러니 우리 모두 그럭저럭 살아가는 세상일지라도 없어도, 비어도, 부족해도 괜찮고 또 괜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