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결정 - 오가와 요코 지음, 김은모 옮김
2021년 10월 16일(토) 10:00
미국, 프랑스, 독일 등 전 세계 28개국에서 출간됐으며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전미도서상 번역 부문 최종 후보, 타임 선정 올여름 당신이 읽어야 할 책으로 선정됐던 ‘은밀한 결정’. 일본 최고 권위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던 오가와 요코 작가의 소설이다. 오가와 요코는 현재 무라카미 하루키, 오에 겐자부로 등과 함께 전세계에 가장 활발히 번역 출간이 이루어지는 일본 작가로 꼽힌다.

소설은 알 수 없는 힘으로 인해 사물의 존재와 기억이 사라져가는 섬을 모티브로 전개된다. 주기적으로 소멸이 일어나면 섬사람들은 그에 관련된 모든 기억을 잃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비밀경찰에 끌려가 사라진다. 소설가인 나의 어머니 또한 기억을 잃지 않은 사람 중 한명이었고, 이미 소멸한 물건을 지하 서랍장에 숨겨두고서 나에게만 설명해준다. 얼마 후 어머니는 비밀경찰에 불려가 시신으로 돌아온다. 들새 연구가였던 아버지마저 돌아가시자 나는 가정부 할머니의 남편인 할아버지와 가족처럼 지낸다. 담담한 생활을 이어가던 중 나는 편집자인 R씨 역시 모멸한 것에 대한 기억을 잃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작품은 SF적인 상상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시공간이 명확하지 않은 배경과 의식주 묘사, 인물 간 관계 등은 지난 세기의 목가적인 시골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저변에는 오가와 요코를 작가의 길로 이끌어준 십대 시절의 애독서 ‘안네의 일기’가 있다.

한편 이 소설은 지난 2018년 연극으로 각색돼 무대에 올려졌으며 드라마 ‘핸드메이즈 테일’에 참여했던 리드 모라노가 감독을 맡아 아마존 스튜디오에서 영화화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학동네·1만5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