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끝에서 춤추다 어슐러 K. 르 귄 지음, 이수현 옮김
2021년 10월 07일(목) 23:30
휴고 상, 네뷸러 상, 로커스 상 등 최고 권위 장르문학상을 여러 차례 석권하는 등 미국 문단에 끼친 공로로 전미 도서상 메달을 수여받았던 어슐러 K. 르 귄. 그는 지난 2003년에는 미국 SF 판타지 작가협회의 그랜드마스터로 선정되기도 했다. 소설뿐 아니라 시, 평론, 수필, 동화, 각본, 번역, 편집과 강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역동적인 활동을 펼쳤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난 2018년 포클랜드 자택에서 영면했다.

이번에 그의 책 ‘세상 끝에서 춤추다’가 발간됐다. 서평을 제외한 각각의 글은 주제에 따라 여성, 세계, 문학, 여행을 나타내는 네 가지 기호가 붙어 있다. 서문에는 그의 의도를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드러나 있다. “특정 경향에 동조하지 않는 독자들이 피해 가는 쓸모가 있었으면 좋겠다. 물론 무엇이든 주는 대로 받으려는 독자라면 아무래도 상관 없을 것”이라는 표현에선 위트가 느껴진다.

책에는 유토피아, 여행기, 문학의 검열 문제, ‘스타워즈’ 감상 등 삶의 단면에서부터 SF 경계에 이르는 다양한 소재가 망라돼 있어 작가의 지적 스펙트럼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여성 교육의 산실이었던 밀스컬리지 졸업생들을 위해 했던 ‘왼손잡이를 위한 졸업식 연설’은 역대 미국 명사들의 명연설을 모은 사이트 아메리칸 레토릭에서 최고의 연설 100선에 꼽히기도 했다.

‘비행공포’의 작가 에리카 종은 “르 귄의 너르고 장난기 넘치는 마음속 세계를 돌아다니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그리고 충실하고 우아한 산문을 읽는 것 역시 기쁜 일이다”라고 상찬했다.

<황금가지·1만8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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