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위와 고전 - 황현산 지음
2021년 09월 03일(금) 20:00
지난 2018년 별세한 황현산 문학평론가는 평생 프랑스 근현대시를 연구한 불문학자였다. 교수, 번역가로도 활동했던 그는 사유가 담긴 지적인 문장으로 독자들을 매혹시켰다.

이번에 그의 작고 3주기를 맞아 그가 생전에 시민을 대상으로 남긴 최초이자 최후 프랑스 상징주의 시 강의 ‘전위와 고전’이 출간됐다. 책은 수류산방의 아주가리 수첩 제3권으로 나왔으며 19세기 중반 보들레르부터 20세기 초 아폴리네르까지 아우른다. 이밖에 책에는 베를렌, 랭보, 로트레아몽 백작, 발레리에 관한 내용도 담겨 있다.

특히 국문학자 김인환의 해제, 생전과 작고 당시의 여러 모습들, 김정환, 김민정, 김원식, 성우제 등 문인들과 제자의 회고와 기억도 수록돼 있다. 황현산 선생 스스로 밝히듯 대학 강의실이 아닌 자리에서 프랑스 상징주의 시를 본격 주제로 삼은 첫 강의라는 점에서 당시 관심과 기대를 받았다.

보들레르는 제2공화정 시대 파리에서 감각을 통해 감각 너머의 세계를 통찰하는 시를 시도했다. 이후 프랑스 시는 절대 순수를 지양하는 말라르메를 거쳐 발레리에 이르는 흐름과 한편으로 혁명 속 격렬하고 열정적인 랭보와 로트레아몽의 흐름으로 나타난다. 차가운 지성을 토대로 상징주의 시 체험의 극한을 완성해 낸 발레리에서 상징주의는 종언을 맞는다.

저자의 강의는 원숙하면서도 새로웠다. 책을 읽다보면 독자는 마치 강의실에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는 공감각적 체험을 하게 된다. 저자는 초현실주의를 비현실이 아닌 극대화한 현실, 현실 너머의 현실이라고 설명한다.

<아주까리 수첩·2만9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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