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노휘 작가 “공부·여행·소설, 매 순간 나와 동행”
2021년 08월 31일(화) 06:00
광주일보 신춘문예 출신
‘투마이 투마이’ ‘물공포증인데 스쿠버다이빙’ 출간
뉴욕서 2달 머무르며 문화여행…창작 영감 충전
작가, 학생, 선생이라는 세 가지 역할을 수행하며 글을 쓰는 이가 있다. 각기 다른 ‘신분’은 세상을 보는 다른 세계관을 갖게 했을 것이다. 하나의 일만으로도 바쁠 텐데 어떻게 세 가지 일을 할 수 있지? 라는 의문을 가질 법하다.

그러나 글을 쓰는 그에게 이 세 역할을 아우를 수 있는 공통된 관심사가 있다. 바로 ‘여행’이다. 그에게 “여행은 수평적 관계를 인정하고 확장하는 시간”이다.

광주일보 신춘문예(2009) 출신 차노휘 작가. 그는 얼마 전 의미있는 두 가지 결실을 맺었다. 하나는 두 권의 책(소설집, 에세이집)을 낸 것이고, 또 하나는 방학을 이용해 뉴욕에 다녀온 것이다.(그는 6년째 광주대에서 초빙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현재 전남대에서 디아스포라통합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2학기 개강을 앞두고 며칠 전 귀국한 그는 “그동안 나름 학생들과 잘 놀았다고 생각하는데 가장 도움이 됐던 것은 여행이었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그러면서 “출국 전 코로나 백신 주사를 맞고 갔기 때문에 입국해서도 따로 자가 격리를 할 필요가 없었다”며 웃었다.

사실 글을 쓰고, 글쓰기를 가르치는 것은 적잖이 딱딱하고 지루한 일이다. 인풋과 아웃풋이 모두 원활하고 자연스럽게 순환되기 위해서는 뭔가 장치가 필요하다. 차 작가에게 그것은 아마도 여행인 듯 싶다.(여기에서 여행은 혼자 하는 배낭여행을 말한다)

“뉴욕에서 두 달을 머무르면서 여러 곳을 다녔습니다. ‘선진국의 위엄이 이런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들 만큼 뉴욕에는 박물관과 미술관이 많더라구요. 그 가운데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지구상의 모든 것들을 전시해 놓은 듯한 자연사 박물관, 세계 현대 미술의 보고라고 할 수 있는 모마(MoMA), 미국 현대 미술을 조망할 수 있는 휘트니 미술관 등을 둘러봤지요”

차 작가는 태생적으로 호기심이 많고 용기가 많은 것 같다. 거의 매년 방학을 이용해 외국 여행을 다닌다. “직접 가서 현지인을 만나고 이야기를 하다보면 공부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아가 확장되고 깊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 뿐이랴. 여행을 하며 원초적인 나, 다시 말해 ‘긍정적인 나’를 발견한다. 글을 쓰는 한 그의 여행이 지속되리라는 예상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이번 여행도 늘 그렇듯 특별한 계획은 아니었어요.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 새로운 이야기를 엮어가는 것’에 무게를 뒀을 뿐입니다. 디아스포라 통합과정을 공부하고 있기에 코리안 타운에서 한국의 디아스포라들과 심층인터뷰를 조금 진행했을 뿐이죠. 실은 이러한 과정은 취재 후 소설을 써왔던 기존 방식과 동일하기에 특별하다고 할 수 없구요. 다만 형식을 더 추가한다는 의미가 있을 것 같네요.”

이번에 펴낸 소설집 ‘투마이 투마이’, ‘물공포증인데 스쿠버다이빙’은 모두 여행의 산물이다. 가르침, 배움, 여행, 글쓰기는 서로 맞물린 수레바퀴처럼 순환의 과정에 놓여 있다. 그는 학생들을 가르면서 한 가지 추구하는 것이 있다. 다른 무엇보다 ‘학생들과 잘 놀아보자’라는 모토가 그것이다.

두 번째 작품집은 지난 2012년 첫 소설집 ‘기차가 달린다’ 발간 이후 9년 만에 펴냈다. 첫 작품집을 낼 때는 “세상의 고민이라는 고민은 모두 가지고 있었던” 무렵이라 ‘지하세계’에 자신을 가두고 있었다. 당시 소설에서는 단편 한편마다 꼭 사람이 죽어나갈 만큼 심각했다. 돌아보면 내면에 그러한 어두운 심연이 드리워져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이후로 차 작가는 여행을 다녔고, 문예창작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두 번째 박사학위에 도전중이다. 그리고 여행 에세이집을 펴냈고, 장편소설도 발간했다. 그는 “내가 알지 못하는 사이 지하세계에서 벗어나고 있었다”며 웃었다.

이번 소설들은 등단 이전부터 최근까지 쓴 작품들을 한 데 묶은 것이다. 소설가의 인생에서 “나를 한번 정리하고, 나아가 단편보다는 장편에 집중하고자 하는 결심의 결과물”이다.

차노휘 작가
작품집과 함께 출간한 스쿠버다이빙 관련 에세이집은 지난해 이집트 다합이라는 곳에서 다이브 마스터 과정을 몸소 체험한 내용을 엮은 것이다. 국내도 아닌 그것도 아프리카 대륙 이집트에서 스쿠버다이빙을 배우다니, 그의 용기와 도전정신이 놀라울 뿐이다.

“매일 30kg 장비를 메고 하루에 4~6번 다이빙을 했습니다. 다이빙이 끝나면 다음 다이빙 시간까지 양지바른 곳을 찾아 찬기를 말려야 했지요. 공기통 끝이 등살갗을 파고들었습니다. 짠물에 손톱 끝이 갈라졌으며 손가락은 장비 세팅과 반복으로 부어올랐구요.”

그럼에도 그는 산호초의 세상은 너무도 아름다웠다고 회상한다. 하얀 모래사장과 수면으로 내리비추는 달빛만으로 바다 속 유영은 그 자체로 짜리한 쾌감을 선사했다.

차 작가는 앞으로도 ‘한바탕 잘 놀고’ 싶다. 세상의 다양한 모습을 누리기 위해선 무엇보다 용기가 필요하다.

“공부와 여행, 소설 창작을 굳이 구분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결국은 나와 동행하고 공유하는 일이기에 결국 일련의 삶들은 모두 소설로 귀결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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