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 세계, 타자와의 관계 그려
2021년 08월 12일(목) 03:00
고성만 시인 ‘케이블카 타고…’ 펴내
시를 쓰는 이유는 제각각이다. 자신의 시적 성취를 위해, 삶의 기록의 방편으로, 내면의 울림을 누군가에게 전달하기 위해 등등 여러 이유가 있다. 그러나 고성만 시인이 시를 쓰는 이유는 독특하다.

“언젠가 친구들과 함께 섬으로 건너가다가 바다에 빠졌는데 어지러운 파도 속에서 숨이 넘어가기 직전 자지러지게 난타하는 소리를 들었다. 누군가 다급하게 부르는 것 같았다. 그를 위해 여태 쓰는 중이다.”

부안 출신 고성만 시인이 여섯 번째 시집 ‘케이블카 타고 달이 지나간다’(여우난골)는 지나온 삶의 편린을 그린다.

시인수첩 시인선 46번으로 발간된 작품집에는 모두 60여 편의 시가 수록돼 있다. ‘조르바’, ‘떠돌이 점성술사’, ‘큰고니에게’, ‘안개 속에서’, ‘사나흘 펜션’ 등의 작품은 일상 속에서 발현되는 무의식의 인지를 시로 형상화한 것이다.

“내가 한 마리 심해어로 태어나/ 멀어버린 눈 대신/ 알록달록 지느러미 흔들어/ 너에게 다가가고 있을 때// 세이렌에 홀려/ 자욱한 안개 속 방향을 잃었을 때/ 흐르다 멈춘 길 끝/ 섬이 있었다/ 돌계단 돌아 올라 도착한 벼랑…”

위의 시 ‘흐르다 멈춘 곳에 섬이 있었다’는 무의식 세계, 타자와의 관계 등을 내밀한 시어로 노래한 작품이다. 화자의 내면은 고유의 기억과 사유의 바다가 출렁인다. 이러한 과정에서 개인의 경험은 역사적 층위로 전이되며 오늘의 삶을 사회적 맥락 속에서 바라보게 한다.

이상국 문학평론가는 “문학을 사는 시인은 실천과 가치의 총체가 무엇인지 어둠을 밝혀 우리 앞에 놓는다”고 평한다.

한편 ‘동서문학’으로 등단한 고 시인은 시집 ‘올해 처음 본 나비’, ‘슬픔을 사육하다’, ‘햇살 바이러스’, ‘마네킹과 퀵서비스맨’ 등을 펴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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