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자들 - 정혁용 지음
2021년 08월 07일(토) 11:00 가가
소설은 K에게 걸려온 오랜 동료의 전화로부터 시작된다. 전쟁 용병으로 전 세계를 누렸던 안나는 부탁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런 동료가 5년 만에 부탁의 전화를 걸어왔다. K는 답한다. “어디로 가면 되지?”
레이먼드 흡입력과 켄 브루언의 시니컬한 유머 감각을 겸비했다고 평가받는 정혁용 소설가. 지난 2009년 계간 ‘미스터리’ 겨울호에 ‘죽은 자를 위한 기도’로 등단한 정 작가는 이전 작품 ‘침입자’를 통해 작가 특유의 입담과 필력을 자랑했다.
이번에 펴낸 두 번째 장편소설 ‘파괴자들’은 진짜 목숨을 걸고 싸우는 전쟁터를 배경으로 한다. 보통 전쟁은 아군과 적군의 구분이 명확하지만 소설 속 전쟁터는 아군과 적군이 따로 없다. 등장인물의 욕망과 이익, 개인적인 감정에 의해 아군과 적군이 뒤섞이고 교차한다. 그래서 진짜 같은 현실로 느껴진다.
그 가운데 오직 동료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전쟁터로 뛰어든 K가 있다. K는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도 농담 한마디를 꼭 던지고야 하는 그런 유형의 인물이다.
작품을 술술 읽히게 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마을을 지배하는 세력들과 초대된 용병들 사이의 복잡한 욕망 관계는 역동성을 부가한다. 저택의 주인인 부인과 손자들은 고위 권력층과 결탁해 부정한 수법으로 부를 모으는 악당이다. 그리고 그들이 고용한 용병들은 돈, 신념, 살인, 사랑 등 각각의 이유로 총칼을 들었다.
작품 곳곳에 배치된 오마주를 발견하는 것도 재미다. 캐릭터 설정부터 대화, 액션까지 작가에게 영감을 주었던 책, 영화, 드라마의 명장면들이 숨어 있다. 독서와 영화감상이 취미인 독자라면 흥미로운 부분이다.
<다산북스·1만4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레이먼드 흡입력과 켄 브루언의 시니컬한 유머 감각을 겸비했다고 평가받는 정혁용 소설가. 지난 2009년 계간 ‘미스터리’ 겨울호에 ‘죽은 자를 위한 기도’로 등단한 정 작가는 이전 작품 ‘침입자’를 통해 작가 특유의 입담과 필력을 자랑했다.
작품을 술술 읽히게 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마을을 지배하는 세력들과 초대된 용병들 사이의 복잡한 욕망 관계는 역동성을 부가한다. 저택의 주인인 부인과 손자들은 고위 권력층과 결탁해 부정한 수법으로 부를 모으는 악당이다. 그리고 그들이 고용한 용병들은 돈, 신념, 살인, 사랑 등 각각의 이유로 총칼을 들었다.
<다산북스·1만4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