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재 교수 “보험에 대한 인문학적 가치 새롭게 발견”
2021년 07월 29일(목) 01:00
시인인 이경재 전주대 교수
‘보험, 인문학에 빠지다’ 출간
시·영화·역사 등 보험과 연계해 소개
흔히 보험을 이야기할 때 자주 거론되는 서양속담이 있다. ‘마누라는 빌려줘도 자동차는 안 빌려준다’는 얘기가 그 가운데 하나다.

이 속담이 20년 전 출간된 교양서 제목이 된 적이 있다. 시인인 이경재 전주대 금융보험학과 교수가 첫 발간한 교양서 제목이 그 서양속담이었다. 당시에 너무 재미있다는 반응도 많았지만, 여성단체로부터 항의전화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원래 제목에는 “자동차의 소유·사용·관리에 따른 무거운 책임을 강조하는, 그래서 자동차는 함부로 빌려줘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의미”가 담겨 있다.

보성 출신 이경재 교수가 최근 인문학적 관점에서 보험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한 책 ‘보험, 인문학에 빠지다’(바른북스)를 펴냈다.

시, 영화, 역사, 철학 등을 보험과 연계해 소개한 책은 재미있고 유익한 정보가 가득하다. 책이 나오자마자 서점에 책이 동날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출간 인터뷰를 위해 통화를 했을 때, 이 교수는 “독자들이 ‘보험 책’이 아니라 ‘인문 교양서’로 생각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실 금융보험학과 교수이기에 책이 딱딱하거나 학술적일 거라 예상했다. 그러나 그것은 이편의 선입견이었다. 그는 ‘서울문학’과 ‘한국문단’을 통해 시인과 시조시인으로 활동하는 문인이었다. 나직한 어조 이면에 인간에 대한 애정과, 삶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섬세한 시선이 느껴졌다.

“보험 하면 딱딱하고 어렵고 재미없다는 생각이 일반적이지요. 누가 보험에 관한 책을 ‘내 돈 내고 사서’ 보겠어요? 보험은 인간 이성으로 만든 훌륭한 경제제도임에도 우리 사회에는 부정적 인식이 팽배해 있습니다. 일반인들이 보험을 쉽고 흥미롭게 접근하면서 동시에 생활에 필요한 지식이나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 교수가 책을 발간하게 된 직접적인 이유다. 인문학은 인간에 대해 연구하는 분야이며, 보험은 안전과 생존을 지키는 것에 초점을 둔 분야다. 두 분야의 화두는 “인간의 존엄과 사랑을 펼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일반적으로 보험은 우산에 비유된다. 맑은 날씨에는 필요 없지만 갑자기 비가 오면 우산만큼 절실한 게 없다.

“길 가다 비를 만나 온몸이 다 젖었네/ 사고 후 후회한들 되돌릴 길이 없네/ 인생에 비를 막아줄 우산 준비 했나요” 위 시는 ‘보험적 정신을 가장 잘 담고 있는 시’ 가운데 하나다. 저자는 우리의 시조 가운데 ‘우산’과 관련된 작품 가운데서 임제가 쓴 ‘북창이 맑다 커널’을 소개한다.(물론 시에서 ‘찬비’는 한우(寒雨)라는 기생을 나타내는 중의적 의미도 깃들어 있다)

“북창이 맑다 커널 우장(雨裝) 없이 길을 나니/ 산에는 눈이 오고 들에는 찬비로다/ 오늘은 찬비 맞았으니 얼어 잘까 하노라”

아울러 우산, 보험, 비와 관련해서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의 명언도 소개한다. 이 말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주는 금언과 다름없다. “금융기관은 날씨가 맑을 때는 우산을 빌려주지만 비가 오려고 하면 우산을 돌려받습니다. 보험회사는 날씨가 맑을 때는 우산을 보관하고 있다가 비가 오면 우산을 돌려줍니다.”

이처럼 책에는 딱딱한 전공 강의를 흥미롭게 시나, 영화, 철학 등과 연계한 내용이 담겨 있다. 지난 2011년 개봉한 영화 ‘수상한 고객들’처럼 코미디 영화이지만 아프고, 아프면서도 재미와 감동이 있는 영화를 소개하는 부분도 나온다. 이밖에 머피의 법칙과 보험을 다룬 ‘재수가 없으면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 보증보험과 신용보험을 설명하는 ‘나를 믿어줘, 너를 못 믿겠어’ 등과 같은 재미있으면서 유익한 내용도 있다.

원래 그는 대학시절(전남대 79학번) 손해사정사를 준비했다. 첫해에 낙방하고 두 번째 해에 합격해 고시학원 등에서 법률 과목을 강의했다. 그러다 보험사에 취직해 손해사정 관련 업무를 봤다. 그러나 늘 마음속에는 “대학 교수가 되고 싶다”는 강렬한 꿈이 드리워져 있었다. “자취방 벽에 혈서를 써서 붙여 놓고” 10년 계획으로 노력을 했는데 결국 대학 강단에 서는 꿈을 이뤘다.

그는 항상 학생들에게 창의융합형 인재가 되라고 강조한다. 다양한 경험을 쌓고 독서를 많이 하고, 전혀 관련없는 부분을 연결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학벌이나 학력보다 창의력있는 인재가 성공하는 시대가 펼쳐질 거라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일반인들이 보험을 잘 들 수 있는 법을 물었더니, 의외로 간단명료한 답이 돌아온다. “무엇보다 상품 설명을 충분히 듣고 보험에 가입하려는 목적에 부합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또한 어떤 경우에 보험을 지불하는지, 그리고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유도 알아야 하구요.”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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