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어떻게 전쟁을 기억하는가-이상미 지음
2021년 07월 11일(일) 10:00 가가
독일 베를린 한복판을 걷다보면 만나는 카이저 빌헬름 기념교회는 하늘로 치솟은 첨탑 등이 인상적인 여느 교회와는 다르다. 대신 검게 그을린 첨탑과 윗부분이 날아가 버린 종탑이 눈길을 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군의 공습으로 파괴돼버린 모습 그대로 남겨진 교회는 평화와 화합의 상징이 됐다. 종전 후인 1956년, 교회를 다시 짓기 위한 공모를 통해 신축이 결정됐지만 전범국인 독일 국민들은 전쟁의 참혹함을 기억하고 다시는 전쟁을 하지 말자는 마음을 후세에 전하기 위해 파괴된 모습 그대로 보존하는 것을 택했다.
프랑스에서 공부하고 전시기획자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상미의 ‘건축은 어떻게 전쟁을 기억하는가-에펠탑에서 콜로세움까지’는 전쟁의 생존자이자, 증언자인 ‘건축’을 통해 세계사의 전환점이 된 전쟁의 역사를 살펴본 책이다.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와 별반 다르지 않다. 저자는 로마시대부터 냉전시대에 이르기까지 전쟁사를 아우르며 전쟁 속에서 살아남은 28개 건축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대학도시 하이델베르크를 대표하는 명소 중 하나는 산 위에 건립된 하이델베르크성이다. 붉은 빛깔의 웅장한 외관과 22만ℓ가 들어가는 세계에서 가장 큰 술통, ‘축배의 노래’가 흐르는 영화 ‘황태자의 첫사랑’으로 유명한 지하감옥 등 볼거리가 많은 이 성은 숱한 수난을 겪은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신교와 구교파의 갈등이 도화선이 된 30년 전쟁으로 성 안의 아름다운 정원은 대부분 파괴됐다. 1689년 루이 14세의 프랑스 군은 하이델베르크를 점령했지만 결국 전쟁은 실패로 끝났고, 대신 성을 떠나며 곳곳에 불을 지른다. 프랑스 문호 빅토르 위고는 훗날 “이 성은 유럽을 뒤흔든 모든 사건의 피해자가 돼 왔으며 지금은 그 무게로 무너져 내렸다. 루이 14세가 성에 큰 타격을 입혔다”고 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붉은 심장’으로 불리는 모스크바 크렘린 궁전 역시 전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17세기 러시아 내전 당시 폴란드군의 침공을 받았고, 프랑스 군대를 이끌고 러시아로 쳐들어온 나폴레옹의 침공 흔적도 곳곳에 남아 있다. 또 세계사의 격랑 속에서 5번 파괴되고, 5번 재건된 역사를 간직한 이탈리아의 유서깊은 몬테카시수도원은 탄흔과 그을린 흔적 그 자체만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밖에 책에서는 나폴레옹의 치욕과 드골의 영광이 공존하는 랑부예성, 로마제국의 영광을 간직하고 있는 콘스탄티누스 개선문,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격받은 요새인 영국의 에딘버러성, 로마인에게는 기쁨이지만 유대인에게는 아픔으로 다가오는 티투스 개선문, 프랑스의 에펠탑과 마지노선, 이탈리아의 산마르코성당 등 다양한 건축물을 만날 수 있다.
<인물과 사상사·1만7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대학도시 하이델베르크를 대표하는 명소 중 하나는 산 위에 건립된 하이델베르크성이다. 붉은 빛깔의 웅장한 외관과 22만ℓ가 들어가는 세계에서 가장 큰 술통, ‘축배의 노래’가 흐르는 영화 ‘황태자의 첫사랑’으로 유명한 지하감옥 등 볼거리가 많은 이 성은 숱한 수난을 겪은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신교와 구교파의 갈등이 도화선이 된 30년 전쟁으로 성 안의 아름다운 정원은 대부분 파괴됐다. 1689년 루이 14세의 프랑스 군은 하이델베르크를 점령했지만 결국 전쟁은 실패로 끝났고, 대신 성을 떠나며 곳곳에 불을 지른다. 프랑스 문호 빅토르 위고는 훗날 “이 성은 유럽을 뒤흔든 모든 사건의 피해자가 돼 왔으며 지금은 그 무게로 무너져 내렸다. 루이 14세가 성에 큰 타격을 입혔다”고 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그밖에 책에서는 나폴레옹의 치욕과 드골의 영광이 공존하는 랑부예성, 로마제국의 영광을 간직하고 있는 콘스탄티누스 개선문,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격받은 요새인 영국의 에딘버러성, 로마인에게는 기쁨이지만 유대인에게는 아픔으로 다가오는 티투스 개선문, 프랑스의 에펠탑과 마지노선, 이탈리아의 산마르코성당 등 다양한 건축물을 만날 수 있다.
<인물과 사상사·1만7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