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무정
2021년 07월 08일(목) 03:00 가가
드라마 ‘전원일기’가 다시 뜨고 있다. 1980년 10월부터 2002년 12월까지 방영된 최장수 드라마(1088부작)가 요즘 재방영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50~60대들에게는 향수를 자극하고 20·30대에게는 경험해 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를 알게 해 준다.
1980~1990년대 열악한 농촌의 현실과 소탈하고 정겨운 농민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 전원일기는, 당시 입에 풀칠이라도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떠나 온 사람들의 가슴을 후벼 파며 큰 인기를 누렸다. 이제는 고향이라는 단어마저 생경해졌지만 도시가 삭막하고 냉정해질수록 농촌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누구나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고향은 마음에서만이 아니라 실제로도 사라지고 있다. 사람은 온통 수도권에 몰리고, 좀 잘나가는 기업들도 서울로 본사를 이전한다. 향토 기업들은 쇠망의 갈림길에서 가까스로 버티고 있다. 따라서 갈수록 어렵고 쇠락하는 고향에 성공한 지역 출신 기업인들이 투자하거나 기부하는 모습은 귀감이 될 수밖에 없다. 지자체들이 조금이라도 ‘비빌 언덕’이 있는 출향 인사들을 찾아가 투자를 호소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미래에셋이 여수에 1조5000억 원을 투자해 세계적인 관광단지를 조성한다고 했을 때 일부 특혜 우려가 있기는 했지만 모두가 반긴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미래에셋은 충분한 공감대 없이 1184실에 달하는 대규모 생활형 숙박시설 레지던시를 짓겠다고 계획을 변경하고, 논란이 되자 관광단지 조성 계획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혀 입살에 올랐다. 지역 각계가 설득해 잠정 중단을 철회하게 하고, 레지던시 건립 계획이 최근 조건부 가결되면서 미래에셋은 당초 의도대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이 회사 대표가 고향에 보탬이 되고자 순수한 마음에서 투자를 했든, 그저 높은 수익을 노리고 대규모 투자자의 입장에서 손쉽게 계획 변경을 관철했든, 그것은 중요한 게 아니다. 다만 당초의 계획을 변경해 이익을 더 가져갈 수 있게 됐다면, 그만큼 지역에 기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조금이라도 고향을 생각하는 마음이 있다면 그렇게 하리라 믿는다.
/윤현석 정치부 부장 chadol@kwangju.co.kr
고향은 마음에서만이 아니라 실제로도 사라지고 있다. 사람은 온통 수도권에 몰리고, 좀 잘나가는 기업들도 서울로 본사를 이전한다. 향토 기업들은 쇠망의 갈림길에서 가까스로 버티고 있다. 따라서 갈수록 어렵고 쇠락하는 고향에 성공한 지역 출신 기업인들이 투자하거나 기부하는 모습은 귀감이 될 수밖에 없다. 지자체들이 조금이라도 ‘비빌 언덕’이 있는 출향 인사들을 찾아가 투자를 호소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윤현석 정치부 부장 chad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