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주는 ‘사진’
2021년 07월 01일(목) 01:10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보다 아름다운 구름의 모습에 이끌릴 때가 있다. 예전에는 그냥 바라보기만 했지만 요즘엔 즉각 스마트폰을 꺼내 앵글에 담아 본다. ‘구름감상협회’(cloudappreciationsociety.org)라는 걸 알고 나서부터다. 하늘을 보는 일이 잦아지다 보니 점점이 박힌 별과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달의 모습을 보는 일도 많아졌다.

구름감상협회는 ‘구름 추적자’ 개빈 프레터피니가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 추종자들에 맞서 2005년 설립했다. 협회에는 현재 120개국 5만 3000여 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이들은 수시로 세계 곳곳의 구름 사진을 올린다. 올 초에는 전 세계 회원들이 보낸 365장의 구름 사진과 짤막한 글을 엮은 ‘날마다 구름 한 점’이 책으로 출간되기도 했다.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호텔’을 본 사람이라면 그 절묘한 화면 구성과 파스텔 색조의 색감을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가 만들어 낸 독특하고 아름다운 화면들은 보는 사람을 행복한 환상의 세계로 초대한다. 미국의 윌리 코발이란 사람도 ‘웨스 앤더슨’에 푹 빠진 사람이었다. 아내와 여행 버킷 리스트를 짜던 그는 영화에 나오는 장소와 비슷해 보이는 곳의 사진을 보고, 그곳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2017년 ‘액시덴털리웨스앤더슨’( https://accidentallywesanderson.com)을 개설한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현재 140만 명이 넘는, ‘모험과 탐험정신’으로 무장한 이들이 세계 곳곳에서 찍은 아름다운 사진을 올리고 감상한다.

지난 5월 출간된 ‘우연히, 웨스 앤더슨’이란 책도 있다. 표지로 쓰인 1882년 스위스 벨레데레 호텔을 비롯해 평양의 지하철 등 200여 장의 사진과 그에 얽힌 이야기가 담겨 있다. 나는 회사 책상에 이 책을 놓아두고 아껴 가며 보는데,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행복에 빠지곤 한다.

이 사진들은 인터넷에서도 누구나 볼 수 있다. 블루, 오렌지, 호텔, 도서관, 등대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사진을 클릭하는 순간, 당신도 ‘웨스 앤더슨의 환상의 세계’에 빠져들 것이다.

/김미은 문화부장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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