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수 광주동신고 교사] 보이시나요
2021년 03월 08일(월) 00:00 가가
보이시나요. 하얀 나비 떼처럼 나풀나풀 눈송이가 창문을 노크하네요. 꿈에 본 임인 양, 반갑게 두 팔을 벌려 봅니다. 은빛 선녀들은 어인 일인지 내게 닿자마자 사르르 녹고 맙니다. 지고한 그리움으로 저 먼 천상에서 내게로 달려왔건만, 그만 지귀(志鬼) 가슴에 놓인 여왕의 반지인 양, 제 품안에서 절절히 백설은 녹고 맙니다. 봄이 오나 봅니다. 꽃눈깨비가 빛나는 저 설원 너머로 봄이 오는 모습이 보이시나요.
보이시나요. 저 남녘, 해남 땅 강진만 섬진강을 한걸음에 달려온 푸릇푸릇한 봄의 모습이 보이시나요. 모든 일들이 다 잘될 것 같은 오늘입니다. 거리마다 사람들도 푸른 옷을 입고 나왔네요. 길거리 연인들이 정겹게 눈싸움을 하던 때가 며칠 전이었는데, 이젠 서로 두 눈을 바라보며 사랑의 눈싸움으로 번졌네요. 사랑싸움도 미움도 그리고 전쟁도 이렇게 눈싸움처럼 사르르 녹는 싸움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총총히 걸으며 길거리에서 부딪히는 어깨들이 다정하네요, 아이를 등교시키는 젊은 엄마와 손 흔들며 멀어져 가는 노란 버스와의 이별처럼, 이별도 오늘은 아름답네요. 시장에 도착한 트럭이 파란 채소를 쏟아내네요. 모처럼 웃는 할머니들의 입가에는 봄나물 향기가 뭉클하네요. 우리 모두 오늘처럼 해맑았으면 좋겠네요. 완도 청각처럼 싱싱하고, 장흥 파래처럼 새파랗고, 진도 물미역처럼 미끈하고, 여수 갓처럼 톡 쏘는 봄이었으면 좋겠어요. 웃음이 턱에 걸린 사람들의 아침 발걸음이 보이시나요.
들리시나요. 파란 보리밭 위로 봄비 내려오는 소리, 목마른 나무가 수액을 빨아올리는 소리, 씨앗들이 부지런히 땅을 뚫고 올라오는 소리가 들리시나요. 당신의 옷깃으로 파고들며 앙탈을 부리는 봄바람 소리가 들리시나요. 누군가가 저 멀리서 쫓아오며 애타게 당신을 사랑한다는 소리를 외면하지 말아주세요. 봄볕이 당신에게 소곤거리는 말에 어디 좀 걸음을 멈추고 들어 보세요. 들리시나요. 두 눈을 꼭 감아보세요. 눈을 감고 당신이 되어 경청해보세요. 그래서 이제는 두껍게 입은 옷을 벗어버리고 가벼운 차림으로 당신의 가슴을 활짝 열고 맞이해 보세요. 당신 없이 못 산다는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시나요.
느껴 보세요. 느껴지시나요. 마음을 열고 느껴 보세요. 새벽부터 밤늦도록 위층에서 쿵쿵거리는 아이의 발소리 말입니다. 그것은 당신에게 다가가기 위해 부지런히 걷기 연습을 하고 있는 아이의 설렘인지도 모릅니다. 혹여 소음이라고 마음을 닫아버리고 계신지요. 고래고래 악을 질러대며 싸우는 시장 사람들의 목소리도 들어보세요. 미워서 지르는 외침이 아니라 당신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구구절절한 애원인지도 모릅니다. 저 높은 고공에서 외치는 여인네의 간절한 호소에 고개를 젓지 마세요. 몇날 며칠을 굶어가면서도 그녀는 당신과 같이 살자고 너무 힘들다고, 당신의 도움이 당신의 사랑이 진실로 필요하다는 사랑 고백인지도 모릅니다. 느껴지시나요. 마음이, 마음이 건네는 것들은 보고 듣는 것만으로는 아니 되지요, 몸으로 온몸으로, 가슴으로 온 가슴으로 느껴야지요.
누군가가 창가에서 우는 눈물소리를 들었다면, 그것은 그에게 따듯한 손길을 뻗어 달라는 신의 부탁인지 모릅니다. 혹여 내 일이 아니라고 간절한 부탁을 외면하시지는 않으셨는지요. 머리와 가장 먼 신체 부위는 바로 마음이지요. 느껴지시나요. 세상에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마음이랍니다. 불러도 끌어당겨도 오지 않는, 오직 느껴야만 오는 것, 마음이지요. 느낌이 중요하다잖아요. 자연의 소리, 이웃의 행복한 소리는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지만, 마음은 낮고 잔잔해서 느끼지 못하면 닿을 수 없고 갈 수 없다고 하잖아요. 머리로 하는 사랑이 아닌 마음이 하는 사랑은, 마음이 마중 나가서 느껴야지요.
보이시나요, 사랑이 봄비처럼 촉촉하게 당신에게 오는 모습이 보이시나요. 들리시나요, 잠시도 쉬지 않고 당신에게 달려오는 가슴 뛰는 소리가 들리시나요. 눈을 감고 귀를 막고 마음을 열어 보세요. 느껴지시나요, 해토되는 땅의 부드러움이, 새들의 깃털이, 당신 곁에 있는 이들의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시나요. 당신이 그토록 찾고 기다리던 바로 그것이 아니신지요.
당신에게 쿵쾅쿵쾅 달려가는 마음이 보이시나요. 낮고 어두운 곳에서 당신을 호명하는 마음, 사랑의 속삭임에 반응해 보세요. 봄이 피고, 생명이 뛰며, 사랑이 오는 것을 마음을 열어 만지고 끌어안아 보세요. 하시던 일 잠시 멈추시고 마음을 포옹해 보세요. 누군가를 또 새롭게 만나 사랑을 시작하고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맞이하고 싶다면 지금 호흡을 잠시 멈추고 당신에게 달려오는 그의 마음을 바라보세요. 이 모든 것은 오직 당신이 마음을 열고, 보고, 듣고, 느낄 때만이 펼쳐지는 새로운 세계, 신세계랍니다. 보이시나요, 들리시나요, 그리고 진정 느껴지시나요.
느껴 보세요. 느껴지시나요. 마음을 열고 느껴 보세요. 새벽부터 밤늦도록 위층에서 쿵쿵거리는 아이의 발소리 말입니다. 그것은 당신에게 다가가기 위해 부지런히 걷기 연습을 하고 있는 아이의 설렘인지도 모릅니다. 혹여 소음이라고 마음을 닫아버리고 계신지요. 고래고래 악을 질러대며 싸우는 시장 사람들의 목소리도 들어보세요. 미워서 지르는 외침이 아니라 당신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구구절절한 애원인지도 모릅니다. 저 높은 고공에서 외치는 여인네의 간절한 호소에 고개를 젓지 마세요. 몇날 며칠을 굶어가면서도 그녀는 당신과 같이 살자고 너무 힘들다고, 당신의 도움이 당신의 사랑이 진실로 필요하다는 사랑 고백인지도 모릅니다. 느껴지시나요. 마음이, 마음이 건네는 것들은 보고 듣는 것만으로는 아니 되지요, 몸으로 온몸으로, 가슴으로 온 가슴으로 느껴야지요.
누군가가 창가에서 우는 눈물소리를 들었다면, 그것은 그에게 따듯한 손길을 뻗어 달라는 신의 부탁인지 모릅니다. 혹여 내 일이 아니라고 간절한 부탁을 외면하시지는 않으셨는지요. 머리와 가장 먼 신체 부위는 바로 마음이지요. 느껴지시나요. 세상에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마음이랍니다. 불러도 끌어당겨도 오지 않는, 오직 느껴야만 오는 것, 마음이지요. 느낌이 중요하다잖아요. 자연의 소리, 이웃의 행복한 소리는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지만, 마음은 낮고 잔잔해서 느끼지 못하면 닿을 수 없고 갈 수 없다고 하잖아요. 머리로 하는 사랑이 아닌 마음이 하는 사랑은, 마음이 마중 나가서 느껴야지요.
보이시나요, 사랑이 봄비처럼 촉촉하게 당신에게 오는 모습이 보이시나요. 들리시나요, 잠시도 쉬지 않고 당신에게 달려오는 가슴 뛰는 소리가 들리시나요. 눈을 감고 귀를 막고 마음을 열어 보세요. 느껴지시나요, 해토되는 땅의 부드러움이, 새들의 깃털이, 당신 곁에 있는 이들의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시나요. 당신이 그토록 찾고 기다리던 바로 그것이 아니신지요.
당신에게 쿵쾅쿵쾅 달려가는 마음이 보이시나요. 낮고 어두운 곳에서 당신을 호명하는 마음, 사랑의 속삭임에 반응해 보세요. 봄이 피고, 생명이 뛰며, 사랑이 오는 것을 마음을 열어 만지고 끌어안아 보세요. 하시던 일 잠시 멈추시고 마음을 포옹해 보세요. 누군가를 또 새롭게 만나 사랑을 시작하고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맞이하고 싶다면 지금 호흡을 잠시 멈추고 당신에게 달려오는 그의 마음을 바라보세요. 이 모든 것은 오직 당신이 마음을 열고, 보고, 듣고, 느낄 때만이 펼쳐지는 새로운 세계, 신세계랍니다. 보이시나요, 들리시나요, 그리고 진정 느껴지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