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와 중이염 [김혜지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 과장]
2021년 02월 25일(목) 07:00
중이염은 환절기처럼 면역력이 약해지는 계절에 환자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8년 중이염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5월(43만 245명)과 12월(45만 8740명)에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이염은 주로 날씨가 추워지는 9월 30만 명을 시작으로 지속적으로 늘어 12월에는 45만 명을 넘어서는 경향을 보였다.

귀는 외이·중이·내이로 나뉘는데, 중이염은 중이강 내에 일어나는 모든 염증성 변화를 뜻한다. 보통 바이러스나 세균에 의한 2차 감염으로 인해 발생하는 급성 중이염, 코와 귀를 연결하는 이관의 기능 장애를 유발하는 삼출성 중이염, 치료 시기를 놓쳐 염증이 악화돼 발생하는 만성 중이염으로 분류된다. 주된 증상으로는 중이에서 고름이 나오는 이루, 전음성 난청, 이통(귀의 통증), 두통 등이 있다.

진단은 증상과 고막 관찰을 통해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다. 이경이나 현미경 또는 내시경을 통해 외이도·고막·중이 점막의 상태를 검사하며, 이루가 있으면 세균 배양과 항생제 감수성 검사를 시행해 정확한 항생제를 쓰는 것이 좋다. 또한 만성 중이염에 의한 난청의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순음 청력 검사를 비롯한 여러 가지 청력 검사를 시행한다.

귀는 밖으로 돌출되어 있지만 중요한 구조물은 귓구멍 안에 감춰져 있다. 이비인후과에 가면 현미경이나 내시경으로 고막을 확인할 수 있어서 중이염 여부를 쉽게 진단할 수 있다. 증상별로는 고막 안쪽 점막의 염증 때문에 고막이 붉게 보이고 통증과 열을 수반한 ‘급성 중이염’, 중이 점막의 염증으로 인한 액체가 채워져 수영하다 귀에 물이 들어갔을 때처럼 먹먹하게 들리는 ‘삼출성 중이염’ 그리고 고막에 구멍이 나고 누런 고름이 흘러나오며 청력이 떨어지는 ‘만성 중이염’ 등으로 구별할 수 있다.

급성 중이염은 증상과 눈으로 고막을 보는 것만으로도 진단이 가능해 초기 진단이 용이하고 어린이들에게서 흔히 생긴다. 항생제에 반응이 좋아 비교적 치료가 잘되는 편이다. 급성 중이염이 있는 동안에는 고열이 날 수 있기 때문에 해열제가 필요하다. 반면에 삼출성 중이염은 고막에 채워진 염증액을 없애는 것이 치료이므로 약 한 달간의 투약으로 말려 본다. 하지만 반응이 없으면 주사기로 물을 빼내거나, 고막 마취를 하고 고막을 째거나 환기관이라고 부르는 조그만 튜브를 고막에 박아 넣어 공기가 튜브를 통해 중이 점막에 직접 닿도록 하여 점막을 말리는 수술을 하기도 한다.

중이염이 더 진행되고 오래 지속된 경우는 아무래도 급성 중이염이나 삼출성 중이염 단계를 지나 누런 고름이 나오는 지경에 이르게 되므로 냄새도 나고 가렵기도 하고 잘 안 들리고, 혹은 이명이 심하게 느껴진다.

가장 진행된 형태의 중이염은 ‘진주종성 중이염’으로 일종의 종양성 질환이고 뼈를 녹이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심한 합병증이 생기기도 하는데 안면 마비, 어지럼, 심한 두통 등이 생길 수 있다. 2000년대 들어 한국의 의료, 위생 및 경제 관념이 좋아지면서 대표적 후진국형 염증성 질환인 만성 중이염의 빈도가 감소하고 따라서 합병증도 줄어드는 추세인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중이염을 예방하기 위한 특별한 방법은 없다. 보통 급성 중이염으로 시작해 만성 중이염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중이염 증상이 의심되면 조기에 치료를 받아 병의 진행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귀에 통증이 있거나 고름 같은 분비물이 나오고, 청각 장애 증상이 있으면 빨리 전문의 진료를 받는 것이 최선이다.

생활 습관의 개선으로 중이염을 예방할 수도 있다. 흡연은 귀의 섬세한 조직을 손상시키며 몸의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염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금연해야 한다. 또 수영과 목욕 후에는 바깥귀를 깨끗이 씻고 건조시키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귀 건조 시 면봉 사용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잘못하면 귀의 통로와 고막이 손상돼 감염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가능한 한 알레르기가 생길 수 있는 환경을 피해 감염 원인이 되는 염증이나 점액의 축적을 억제하고, 평소 손을 잘 씻으며 독감 등의 예방 접종을 빠짐없이 맞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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