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
2021년 01월 17일(일) 23:20 가가
영혼의 맛 또는 영혼을 흔들 만큼 잊을 수 없는 맛을 ‘소울 푸드’라고 한다. 사람마다 소울 푸드에 대한 정의는 다를 것이다. 식성이나 기호, 혹은 추억 등에 따라 저마다 다른 음식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어머니의 손맛이 깃든 음식이나 고향의 정이 담긴 원초적인 맛을 이야기할 것 같다.
원래 소울 푸드는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전통 음식을 일컫는다. 여기에는 노예제도가 있었던 당시, 백인들의 차별과 냉대를 견뎌야 했던 흑인들의 아픔이 담겨 있다. 허드렛일과 위험한 일을 마치고 먹었던 음식은 잠시나마 일상의 슬픔과 고통을 잊게 해 주었을 터이다. 우리식으로 말하면 다소 결은 다르지만 ‘눈물 젖은 빵’쯤으로 해석될 수도 있겠다.
얼마 전 KBS TV 인기 프로그램인 ‘한국인의 밥상’이 10주년을 맞았다. 제작진은 밥상에 담긴 한국적인 맛을 발견하기 위해 무려 지구를 여덟 바퀴나 돌 수 있는 거리를 다녔다 한다. 한국적인 배우 최불암 씨는 특유의 편안하고 진솔한 이미지로 ‘한국인의 밥상’을 장수 프로그램으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 그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외갓집에서 자라던 어린 시절 외할머니가 해 주시던 무짠지를 지금도 가장 좋아한다고 한다.
‘한국인의 밥상’ 작가로 4년간 함께했던 김준영 씨가 쓴 책 ‘구해줘, 밥’(2020)에는 다양한 사연이 나온다. 김 작가는 그리움을 떠올리게 하는 음식으로 곡성 토란 죽을 꼽는다. 쉰 넘어 고향으로 돌아온 딸이, 어린 시절 자신을 위해 어머니가 끓여 주시던 토란 죽을 만들어 치매 요양원에 있는 어머니를 찾는다는 얘기다. 정신이 오락가락하던 어머니이지만, 그날만은 딸을 알아본다. 아흔이 다 된 노모는 딸의 얼굴을 쓰다듬는다. “내 딸 왔구나, 내 새끼야… 우리 딸 참 예쁘다. 정말 예쁘다”라며 보석 만지듯 어루만진다.
지치고 힘들 때 따뜻한 한 끼의 밥은 위로를 준다. 밥상은 이해와 공감의 동의어다. 문득, 어머니께서 진한 멸치 육수에 묵은 김치와 큼지막한 두부를 넣고 끓여 주시던 김치찌개가 생각난다. 잊을 수 없는 음식이 있다는 것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갖고 있다는 의미다. 당신의 소울 푸드는 무엇인가?
/박성천 문화부 부장skypark@kwangju.co.kr
얼마 전 KBS TV 인기 프로그램인 ‘한국인의 밥상’이 10주년을 맞았다. 제작진은 밥상에 담긴 한국적인 맛을 발견하기 위해 무려 지구를 여덟 바퀴나 돌 수 있는 거리를 다녔다 한다. 한국적인 배우 최불암 씨는 특유의 편안하고 진솔한 이미지로 ‘한국인의 밥상’을 장수 프로그램으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 그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외갓집에서 자라던 어린 시절 외할머니가 해 주시던 무짠지를 지금도 가장 좋아한다고 한다.
/박성천 문화부 부장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