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대 AI
2021년 01월 14일(목) 05:00
이탈리아 스타트업 기업이 개발한 테오 트로니코는 유명한 AI 피아니스트로 인기가 많다. 53개의 손가락을 갖고 있는 테오는 베를린 필하모닉 가족 콘서트에 출연해 쇼팽의 ‘피아노협주곡’을 연주하기도 했다. 몇 년 전부터는 이탈리아의 피아니스트 로베르토 프로세다가 전 세계를 순회하며 진행하고 있는 ‘렉처 콘서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인공지능 피아니스트가 실제 피아니스트와 유튜브 영상 속에서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 모차르트의 ‘터키행진곡’, 쇼팽의 ‘녹턴’ 등을 연주하며 대결을 벌이는 모습은 흥미로웠다. 이들 사이에는 “로봇처럼 기계적으로 연주하는 것은 재앙이다” “모든 인간 피아니스트는 멸종할 것이다”는 독설이 오고 가기도 한다.

지난해 열린 안성현나주현대음악제에서는 광주과학기술원 안창욱 교수가 제작한 AI 작곡가 ‘이봄’(EvoM)의 작품 ‘현악4중주’를 실제 바이올린·비올라·첼로 주자가 연주해 눈길을 끌었다. 이봄은 단 2초 만에 4분짜리 곡을 만들 수 있으며 클래식과 가요 등 장르도 가리지 않는다고 한다.

오는 29일 첫 방송을 시작하는 SBS TV ‘AI vs 인간’(5부작)은 인공지능과 각 분야 전문가들이 대결을 펼치는 프로그램이다. 가수 옥주현은 자신의 목소리를 10만 번 학습한 AI와 모창 실력을 겨룬다. 또 10년 만에 100만 원을 70억 원으로 불린 한봉호 타스톡 대표는 1억 원의 투자금으로 AI와 한 달간 실전 투자를 통해 실력을 겨룬다. 이밖에 박세리 선수는 5번 만에 홀인원에 성공한 AI와 골프 대결을 벌인다.

지난 2016년 이세돌과 알파고가 벌인 바둑 대결을 시작으로 인간과 인공지능의 격돌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사람들은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디스토피아를 우려하지만, 그럼에도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기에 인간이 주도권을 뺏기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낙관론을 펴기도 한다.

피아니스트 로베르토 프로세다는 “로봇은 인간의 심장을 대신할 수 없다”고 했는데, 세상의 중심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AI의 생각 또한 그러할지 의문이다. 과연 우리 인간의 ‘따뜻한 심장’은 언제까지고 남아 있을 수 있을까?

/김미은 문화부장 mekim@kwangju.co.kr

실시간 핫뉴스

많이 본 뉴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