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열풍
2020년 12월 29일(화) 22:00
올해 주식시장은 오늘로 마감된다. 올 한 해는 증권시장 역사에 남을 만한 기록들이 많이 나왔다. 코스피지수는 올해에만 28%가 올라 G20 국가 중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과정은 더 극적이었다. 코로나19로 3월에 1431까지 떨어진 코스피지수는 크리스마스이브에 사상 처음 2800선을 넘어서더니 이젠 3000선을 목전에 두고 있다. 연중 최저점 기준으로 보면 95%나 급등한 것이다.

‘동학 개미’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 투자 열풍도 대단했다. 둘 이상 모이면 주식 얘기가 주를 이루고 ‘자본이 일하게 하라’는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의 말이 격언처럼 떠돌았다. 열풍을 반영해 유명 시사잡지사는 올해의 인물로 ‘동학 개미’를 선정하기도 했다.

2년 만에 투자금을 6배나 늘린 개미들은 주식시장 비중이 76.2%를 차지할 만큼 주도 세력이 됐다. 스마트 개미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수익률에서도 외국인이나 기관에 밀리지 않았다. 삼성전자 등 개인 순매수 상위 6개 종목은 50% 안팎의 고수익을 올렸다.

개미들의 힘은 주식 양도소득세와 공매도 등 정책 변화를 이끌어 냈다. 정부는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을 종목당 보유 금액 10억 원에서 3억 원으로 낮추려다 개인들의 반발에 물러섰고 공매도 금지 기간도 연장했다. 공모주 청약 시 개인 배정 물량도 10% 더 늘리기로 했다.

주식 열풍 속에 신조어도 속출했다. 미국 등 외국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 개미’에 이어 신규 투자자들이 늘면서 ‘주린이’(주식+어린이)란 표현이 등장했다. 공모주 열풍에 ‘따상’(상장 당일 주가가 시초가의 두배로 시작한 뒤 상한가 도달)이란 말과 거품 논란에도 주가가 급등하자 주가수익비율(PER) 대신 “꿈의 크기로 가격을 평가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피디알’(PDR)이란 용어도 생겼다.

수익을 본 개미들은 들뜬 마음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있다. 내년은 소띠 해다. 상승장인 ‘불스 마켓’이란 말도 있는 만큼 벌써부터 기대감에 부풀 수 있다. 하지만 강세장이 있으면 약세장이 있는 법. 특히 ‘주린이’라면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새해를 맞을 일이다.

/장필수 제2사회부장 bung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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