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2020년 12월 07일(월) 06:30 가가
언제부터인가 5·18민주광장에 설치된 ‘빛고을 성탄트리’가 불을 밝히기 시작했다. 밤하늘을 수놓는 오색의 아기자기한 불빛은 아늑하면서도 따스하다. 크리스마스트리가 점화되면 자연스레 연말이 다가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올 한 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은 ‘하는 것 없이 또 나이만 먹는다’는 자책과 허전함으로 이어진다.
크리스마스트리 외에도 이맘때면 부지불식간에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해 주는 게 있다. 바로 달력이다. 올해는 달력이 매우 귀한데 어느 지인이 탁상용 달력을 보내왔다. 아주 오랜 옛날에도 여름에는 부채, 겨울에는 달력을 선물하는 소소한 풍습이 있었다. ‘하선동력’(夏扇冬曆)이라는 말이 이를 말해 준다. 12월을 즈음해 주고받는 달력은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는 뜻과 올 한 해도 수고했다는 위로를 담고 있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 여파로 달력을 보기가 쉽지 않다. 인쇄업계 불황 탓에 소량 주문이 많은 데다 예년과 달리 ‘공짜 달력’도 사라졌다. 여기에 스마트폰에 내장된 달력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세상은 ‘하선동력’의 정마저 흐릿하게 한다. 그럼에도 달력을 얻기 위해 은행을 전전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걸 보면 여전히 아날로그의 추억을 무시하기 힘들다.
작년에 선물 받은 필자의 탁상용 달력에는 지난 1년의 일상이 빼꼭하게 적혀 있다. 취재 일정과 인터뷰 약속, 지인과의 만남 등 세상살이의 다양한 흔적이 담겼다. 절로 미소를 짓게 하는 순간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도 있었으며 더러는 안타까운 시간도 있었다.
마지막 남은 12월 달력 한 장을 바라보며 문득 정현종 시인의 시 한 수를 떠올려 본다.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때 그 사람이/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중략)/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그렇듯 알게 모르게 시간은 흘러가나 보다. 얼마 남지 않은 2020년, 더 사랑하고 더 귀 기울이고 더 자신의 ‘곁’을 내주었으면 한다.
/박성천 문화부 부장 skypark@kwangju.co.kr
마지막 남은 12월 달력 한 장을 바라보며 문득 정현종 시인의 시 한 수를 떠올려 본다.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때 그 사람이/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중략)/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그렇듯 알게 모르게 시간은 흘러가나 보다. 얼마 남지 않은 2020년, 더 사랑하고 더 귀 기울이고 더 자신의 ‘곁’을 내주었으면 한다.
/박성천 문화부 부장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