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종주국
2020년 12월 01일(화) 06:30 가가
“머나먼 미국 땅에 십 년 넘어 살면서 고국 생각 그리워/ 아침저녁 식사 때면 런치에다 비후스텍 맛 좋다고 자랑 쳐도/ 우리나라 배추김치 깍두기만 못하더라….” 한류 원조 걸그룹 ‘김 시스터즈’(The Kim Sisters)가 1970년 발표한 ‘김치 깍두기’의 노랫말이다. ‘목포의 눈물’로 유명한 이난영의 오빠인 작곡가 이봉룡이 만든 이 노래에는, 10대의 나이에 도미(渡美)해 낯선 이국땅에서 겪었을 그녀들의 애환이 어려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아무리 식탁이 엉성하다 해도 김치와 깍두기는 기본 밑반찬이다.
요즘 주변에서 ‘김장 했나요?’라는 인사를 가끔 받곤 한다. 김장철이다 보니 의례적으로 묻는 것이겠지만, 아직 김장을 안 했으면 자기의 김장 김치 몇 포기 주겠다는 우회적인 표현이기도 하다. 김치는 지방마다 그리고 집안마다 양념 비법이 모두 달라서 그 맛이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김장철이면 여러 집의 김장 김치를 비교해 가며 맛볼 수 있는 것도 소소한 즐거움이다.
음식문화 평론가 윤덕노의 ‘음식으로 읽는 한국생활사’에 따르면 조선 초기만 해도 배추김치보다는 무김치가 중심이었다. 배추김치 이전에는 동치미·나박김치·얼갈이김치를 주로 담갔는데, 통배추는 조선 중·후반기에야 등장했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배앓이를 하면 김칫국을 마시라 할 만큼 김치는 반찬뿐만 아니라 치료 약의 역할도 톡톡히 했다.
최근 중국이 쓰촨(四川)성 절임 채소인 ‘파오차이’(泡菜) 제조법을 국제 표준화기구(ISO) 표준에 맞춰 제정했다. 이를 두고 중국 김치가 국제 표준이 됐다는 등 말이 많지만 전문가들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말한다. 이는 중국의 아전인수식 주장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김치 종주국’인 우리의 위상이 흔들리지 않도록 김치 산업과 김치 문화에 대한 끊임없는 고찰이 이어져야 할 것 같다.
세계 음식문화가 퓨전화되고 있지만 한국인의 김치 사랑은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이다. ‘김 시스터즈’가 부른 ‘김치 깍두기’의 노랫말은 이렇게 이어진다. “코리아의 천하 명물 김치 깍두기/ 자나 깨나 잊지 못할 김치 깍두기.”
/송기동 문화2부장 song@kwangju.co.kr
세계 음식문화가 퓨전화되고 있지만 한국인의 김치 사랑은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이다. ‘김 시스터즈’가 부른 ‘김치 깍두기’의 노랫말은 이렇게 이어진다. “코리아의 천하 명물 김치 깍두기/ 자나 깨나 잊지 못할 김치 깍두기.”
/송기동 문화2부장 s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