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 선거
2020년 11월 13일(금) 05:00 가가
어떤 선거이든 투표가 끝난 뒤에는 크고 작은 잡음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민주주의 종가라 할 수 있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트럼프가 부정 선거로 승리를 빼앗겼다며 대선 불복을 선언해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우리 현대사에서 부정 행위로 가장 오명을 떨친 선거는 1960년 3월 15일 치러진 대통령·부통령 선거이다. 정권의 주도 아래 전국적으로 저질러진 불법 투·개표로 인해 ‘3·15 부정 선거’로 불린다.
1960년 대선 직전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조병옥이 선거 기간 사망하면서 사실상 자유당 후보인 이승만의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다. 그러나 자유당 입장에서는 당시 85세로 고령이었던 이승만의 유고에 대비, 반드시 이기붕을 부통령으로 만들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장면의 부통령 당선이 유력했고, 이전 선거에서도 이기붕이 졌기 때문에 자유당 입장에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정을 저질렀다.
가장 많이 사용한 방법은 ‘4할 사전 투표’와 투표함 바꿔치기이다. 투표 전에 투표함의 40% 정도를 이승만이나 이기붕 표로 채워 놓거나, 이기붕 표로 가득 채운 투표함을 개표 전 일반 투표함과 바꿔치기하는 수법이다.
더불어 ‘3인조·5인조’ 투표도 횡행했는데, 이는 선거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이나 국민을 도와준다는 이유로 3인 또는 5인이 한 조로 투표하는 것으로, 각 조의 조장이 노골적으로 자유당 후보를 찍도록 유도했다. 또한 투개표 과정에 이런저런 이유를 대서 강제로 야당 측 참관인을 몰아내고 표를 바꿔치기했다. 개표 과정에서는 정전이라며 일부러 불을 끄고, 그 순간에 미리 준비한 투표함으로 바꿔치기를 했다. 민주당 후보를 찍은 표 뭉치 위아래에 한 장씩 자유당 표를 얹어 전체를 자유당 표로 집계하는 ‘샌드위치표’ 수법도 많이 사용됐다. 이밖에 선거 운동 기간 내내 자유당은 야당 후보와 선거 운동원들을 테러와 폭력으로 위협하기도 했다. 전남에서는 선거 수일 전 민주당 간부가 살해당하기까지 했다.
3·15 부정 선거가 우리 현대사의 치욕이듯 어쩌면 미국의 이번 대선은 미국의 흑역사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채희종 사회부장chae@kwangju.co.kr
우리 현대사에서 부정 행위로 가장 오명을 떨친 선거는 1960년 3월 15일 치러진 대통령·부통령 선거이다. 정권의 주도 아래 전국적으로 저질러진 불법 투·개표로 인해 ‘3·15 부정 선거’로 불린다.
3·15 부정 선거가 우리 현대사의 치욕이듯 어쩌면 미국의 이번 대선은 미국의 흑역사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채희종 사회부장cha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