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과 당뇨 망막증
2020년 11월 12일(목) 06:00

문 귀 형 보라안과병원 원장

“아야 뛰지 마라, 배 꺼질라” 가수 진성의 ‘보릿고개’라는 노래에 나오는 가사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듣기엔 우스갯소리 같은 이 말은 먹을 것이 없어 보릿고개를 넘는 사람들에게는 진지한 나무람이었다. 2020년을 살아가는 우리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탄탄하고 날씬한 몸매를 갈망하고, 다이어트는 항상 내일부터 시작해야 하는 숙제 아닌 숙제가 된 지 오래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우리의 식탁은 풍성해지고, 입맛 역시 서구식으로 변해가고 있다. 그와 함께 한국인이 잘 걸리는 질병의 리스트 역시 바뀌고 있는데 과식, 운동 부족, 스트레스 증가는 물론 유전적 요인 등에 의해 당뇨병 인구가 급속도로 증가해 현재 우리나라 인구 중 320만 명 이상이 당뇨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매년 11월 14일은 ‘세계 당뇨병의 날’(World Diabetes Day)이다. 전세계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당뇨병에 대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당뇨병 극복을 위해 제정한 날로, 실제 당뇨 환자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국내 당뇨 환자 또한 30세 이상에서는 일곱 명 중 한 명 이상일 정도로 쉽게 볼 수 있는 질환이 됐다.

혈중 포도당 농도가 높아지는 고혈당이 특징인 당뇨병은 혈당 조절에 필요한 인슐린 분비량이 부족하거나 기능 장애로 인해 발생하는 대사 질환의 일종으로 여러 가지 전신 합병증을 일으킨다.

당뇨병이 무서운 이유는 질환 그 자체보다 합병증 때문인데 눈, 신장, 신경, 뇌·심혈관, 발 등에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하고 정상적인 생활과 활동을 불가능하게 해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트린다. 특히 성인 3대 실명 질환 중 하나인 당뇨 망막 병증은 당뇨병 환자의 19.6%에 이르며, 당뇨병이 생긴 후 15년에서 20년이면 거의 모든 환자에서 당뇨병성 망막증이 생긴다.

당뇨 망막증의 정도는 당뇨병의 기간과 비례해 오래 될수록 더 많이 발생하는데 말초 혈관의 순환 장애가 생기고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고 혈관 장애가 계속되면 망막의 여러 부위에 산소 결핍 부위가 많이 생기게 된다. 그러면 우리 몸은 산소의 공급을 원활히 하여, 세포의 질식을 막으려고 산소 결핍 부위로 영양을 공급하기 위해 새로운 혈관이 자라게 된다. 신생 혈관은 정상적 혈관이 아니므로 자꾸 터지게 되고 신생 혈관을 따라서 새로운 섬유성 물질이 자라고, 이것이 또 혈관을 잡아 당겨서 출혈을 일으키게 돼 결국 시력이 저하되게 된다. 문제는 당뇨 망막증 환자 열 명 가운데 두 명 정도는 실명 위험에 빠진다는 것이다.

초기 당뇨 망막 병증의 경우 비문증, 광시증, 시야 흐림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대부분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하거나 망막 중심부인 황반에 침범이 없는 경우에는 시력도 정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시력만으로 당뇨 망막 병증의 정도를 파악할 수 없다.

병의 진행 정도에 따라 약물, 레이저, 유리체강내주사, 수술(유리체 절제술) 등으로 치료하는데 초기 심하지 않는 당뇨 망막 병증의 경우 혈당 조절을 통한 생활 습관 관리와 약물 치료로 진행을 억제하고 추가적인 손상을 막을 수 있다. 망막 중심부인 황반 주변부에 미세 혈관이 손상되면서 황반부종이 발생하면 레이저 치료와 항체 주사 치료가 필요하다. 유리체 내에 출혈이 심하거나 망막 박리가 발생해 증상이 심각해지면 최후의 수단으로 유리체 절제술을 시행한다.

진료실에서 마주하는 당뇨 환자들 중 안과 정기 검진을 받지 않고 지내다가 증상을 느끼고 찾아왔을 때 상당히 진행되어 있는 경우가 있어 안타까울 때가 많다. 당뇨가 완치되지 않는 것처럼 당뇨 망막 병증도 한번 발생하면 치료를 받더라도 완치가 불가능하고 발병 이전의 상태로 되돌릴 수는 없어 조기 진단을 위한 안저 검사가 필요하다.

식단 관리와 꾸준한 운동으로 혈당 및 혈압을 조절해 당뇨 망막 병증을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혈당 조절이 잘 되고 있더라도 당뇨 유병 기간이 길어질수록 발생할 확률이 높다. 때문에 당뇨 망막 병증을 예방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정기적인 안과 검진이다. 당뇨병을 진단받았다면 즉시 안과 검사를 받아 보고, 당뇨병이 있다면 증상이 없더라도 1년에 한 번은 검진을 받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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