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의 나라’
2020년 11월 11일(수) 06:00
이번에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여성 부통령이 탄생했다. 카멀라 해리스. 어머니가 인도인이라는 점에서 그는 미국 사회에서 아시안계를 대표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넘버 2’ 자리에 오르면서 그는 백인 남성들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미국 정치계의 ‘유리 천장’을 뚫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승리 연설은 미국에서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연설의 하이라이트는 ‘어린 여성들’을 향해 꿈과 확신 그리고 가능성을 갖도록 하는 응원의 메시지였다. 특히 ‘제가 부통령직을 수행하는 첫 여성이지만 마지막은 아닐 것’이라고 말한 대목은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여성과 유색인종이라는 장벽을 깨고 부통령에 당선된 해리스는 ‘젊은 여성의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전 세계 여성과 소녀들에게 그는 유리천장의 붕괴에 대한 확증을 주었다. 아울러 그는 미국이 ‘가능성의 국가’라는 점을 스스로 입증했다.

한국도 한때는 미국 못지않은 가능성의 나라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라는 것이 여러 통계에서 드러난다. 과거에는 출신보다 능력과 열정이 성공의 크기를 결정하면서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까지 있었다. 노력은 배반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통하던 시절엔 계층 간 이동을 할 수 있는 사다리를 오를 수 있는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계층 간 이동 사다리가 사라지면서 남녀를 불문하고 ‘개천에서 용은 절대 나지 않는다’라는 말이 통용되고 있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전국 로스쿨의 51%와 의대의 52%가 연 소득 인정액 1억2000만 원 이상의 고소득층 자녀인 것만 봐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빈부 격차에 따른 교육 불평등이 로스쿨이나 의대 합격생의 고소득층 편중으로 나타난 것임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계층 간 학습격차가 더욱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대한민국이 다시 가능성의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불평등과 불공정이 사라져야 한다. 해리스 부통령 당선자의 연설 내용처럼 미국이 아닌 대한민국에서, 이제 꿈과 확신의 가능성을 찾는 젊은이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기대를 해 본다.

/최권일 정치부 부장 ck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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