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스트 벨트
2020년 11월 10일(화) 00:00 가가
러스트 벨트(Rust belt)는 미국 북동부 5대호 주변의 쇠락한 공장지대를 일컫는다. 공장 설비에 ‘녹이 슬었다’(rust)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동부 펜실베니아주와 중북부의 오하이오, 인디애나, 미시간, 일리노이, 위스콘신 등이 포함된다. 그동안 이들 지역은 민주당 텃밭으로 여겨졌다. 공장 밀집 지역이라는 점에서 민주당에 우호적인 노동조합이 정치·사회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해 왔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상징 색깔은 푸른색인데, 이 지역이 ‘블루 월’(Blue Wall)로 불리는 것도 이를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 자동차산업 등 미국 제조업이 몰락함에 따라 공장들은 문을 닫고 실업률은 치솟으면서 이 지역은 말 그대로 ‘러스트 벨트’가 됐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정치적 텃밭인 이곳 주민들의 분노를 간과했다. 결국 2016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나온 도널드 트럼프가 러스트 벨트를 집중 공략, 대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민주당은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안주했고 힐러리 클린턴의 정권 재창출을 낙관하다가 충격적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올해 대선에서는 민주당의 바이든 후보가 러스트 벨트에서 초반에는 크게 뒤지다 피 말리는 추격전 끝에 막판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바이든의 승리’보다는 ‘트럼프의 패배’에 방점이 찍힌다. 바이든 후보에 대한 기대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오만한 국정 운영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 강했기 때문이다.
이는 2022년 치러질 한국 대선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여권에 비해 야권의 대선 주자는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 역시 아직까지는 탄탄한 편이다. 정권 재창출의 가능성이 크다 하겠다. 그럼에도 국회를 장악한 슈퍼 여당의 ‘독주와 안주’에 대한 민심의 비판은 결코 만만치 않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로 민생 경제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사회적 갈등에 대한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 여권 지지층에 러스트 벨트가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결국 민심은 움직이는 것이다. 차기 대선을 앞둔 여권은 각성을, 야권은 분발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임동욱 선임기자 tuim@kwangju.co.kr
여기에 코로나19 사태로 민생 경제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사회적 갈등에 대한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 여권 지지층에 러스트 벨트가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결국 민심은 움직이는 것이다. 차기 대선을 앞둔 여권은 각성을, 야권은 분발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임동욱 선임기자 tu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