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落花)
2020년 11월 09일(월) 06:00 가가
시나브로 가을이 깊어 가고 있다. 오색의 단풍은 어느새 낙엽이 되어 떨어지고, 수줍게 피어 있던 가을꽃도 하나둘씩 지고 있다. 계절이 경계를 넘어가는 사이, 올 한 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게 된다. 이맘때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시가 있는데 바로 시인 이형기(1933~2005)의 ‘낙화’(落花)다. 우리 삶의 만남과 헤어짐을 꽃이 지는 모습에 빗댄 절창이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 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이라는 말이 있다. 불교 법화경에 나오는데 ‘만남에는 반드시 헤어짐이 있고, 떠남이 있으면 반드시 돌아옴이 있다’는 지극히 순리적인 뜻을 담은 고사성어다. 그러나 들고 날 자리, 특히 있어야 할 곳과 떠나야 할 곳을 판단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미련 때문일 수도 혹은 애착이나 집착 때문일 수도 있다. 순간의 착오에 의해 실기를 하는 경우도 많다.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 후보가 당선됐다. 하지만 트럼프의 재검표 요구와 소송전 향배가 초미의 관심사다. 트럼프는 그동안 혐오와 차별, 막말 발언으로 ‘미국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모습을 적잖이 보였다. 그러나 이제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이라는 말처럼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를 떠나보내거나, 또는 떠남의 대상이 되는 운명을 안고 있다. 꽃이 피는 절정의 때가 있으면 언제든 낙화의 순간과도 마주해야 하는 게 우리네 삶이다. 그러므로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있는 이들은 정상에 있을 때 겸허하다. 그러나 순리를 잊은 채 권력과 자리에 연연하는 사람은 부지불식간에 낙화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조지훈 시인의 또 다른 시 ‘낙화’(落花)가 떠오른다.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박성천 문화부 부장skypark@kwangju.co.kr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이라는 말이 있다. 불교 법화경에 나오는데 ‘만남에는 반드시 헤어짐이 있고, 떠남이 있으면 반드시 돌아옴이 있다’는 지극히 순리적인 뜻을 담은 고사성어다. 그러나 들고 날 자리, 특히 있어야 할 곳과 떠나야 할 곳을 판단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미련 때문일 수도 혹은 애착이나 집착 때문일 수도 있다. 순간의 착오에 의해 실기를 하는 경우도 많다.
/박성천 문화부 부장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