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어 썰기’ 학교
2020년 11월 04일(수) 05:00
‘맛의 고장’ 전라도에서도 가장 전라도다운 음식이라면 홍어가 아닐까 싶다. 홍어는 ‘먹는 사람과 안 먹는 사람만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선호도가 극과 극을 보여 주는 음식이다.

흑산도 홍어는 5㎏ 한 마리에 20~30만 원이나 할 정도로 국내에서 나는 어류 중 가장 비싼 어종인데도 갈수록 수요가 늘고 있다. 전통적으로 여전히 삭힌 홍어를 찾는 이들도 있지만, 수도권이나 젊은층에서 싱싱한 홍어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형 어선 기준으로 6척이던 흑산도 홍어잡이 배는 올해 7척으로 한 척 늘었고 소형어선까지 포함하면 12척이 홍어잡이에 나서고 있다. 흑산홍어 유통량은 지난해 283t에서 올해는 340t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조업은 11월부터 4월까지가 성수기다. 하지만 설과 추석 명절 전후 2개월에 가장 많이 유통된다. 이때는 주문받은 홍어를 써는 사람을 구하지 못할 정도로 일손이 달린다. 흑산도에는 마리당 2~3만 원을 받고 홍어를 썰어 주는 전문 ‘칼잡이’가 있는데 명절 시즌에는 일당 100만 원을 벌기도 한다. 전문 칼잡이가 아니더라도 성수기에는 신안과 목포 홍어 전문점에서 홍어만 썰어 월 500만 원의 수입을 너끈히 올리는 이도 있다.

최근 흑산도에서 ‘흑산홍어 썰기 학교’가 6개월 과정을 끝내고 첫 수료생을 배출했다. 흑산 주민자치위원회가 홍어 손질과 썰기 방법의 계승 보전을 위해 마련했는데 인기가 매우 높았다. 하지만 20대부터 60대까지 등록한 15명 중 11명만 수료할 정도로 그리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매주 한 차례 이상 모여 전문가로부터 까다로운 홍어 썰기부터 진열과 포장법까지 익혔다.

최서진 흑산홍어 썰기 학교장은 “수요는 느는데 전문가는 고령화 되고 있어 인력 배출을 위해 학교를 마련했다”며 “반응이 좋아 내년 수강생을 모집했는데 벌써 마감됐다”고 말했다. 신안군은 흑산홍어만 썰어 수입이 보장되도록 홍어회 코너를 마련하기로 했다. 또한 홍어 썰기 민간자격증을 주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조만간 토속 음식도 알리고 수입도 올리는 이색 직업 하나가 탄생할 것 같다.

/장필수 제2사회부장 bung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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