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별들
2020년 11월 03일(화) 06:00
“삼가 이 한편을 광주학생독립운동에 쓸어진(쓰러진) ‘이름 없는 별들’ 앞에 바치나이다.” 1959년 11월 3일, 광주를 비롯한 전국 8대 도시에서 의미 있는 영화 한편이 동시에 개봉된다. ‘이름 없는 별들’. 영화는 1929년 광주학생 독립운동에 참여한 많은 학생들을 상징하는 ‘이름 없는 별들’에게 바치는 헌사(獻詞)로 시작한다.

김강윤 감독의 데뷔작인 이 영화는 함평 출신인 아세아 영화사 이재명 대표가 제작하고, 역시 함평 출신인 최금동 작가가 시나리오를 썼다. ‘눈물의 여왕’으로 불렸던 전옥을 비롯해서 김신재·조미령·장민호·최남현 등 당대의 유명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광주에서는 광주극장과 동방극장(무등극장 전신)에서 상영됐다. 개봉 당시 전남일보(현 광주일보)에 게재된 영화 광고는 “한국 영화사상 최대·초유의 제작비로 성실하게 사실(史實)을 재현한 ‘대웅편’(大雄篇: 뛰어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영화의 정점(頂點: 하이라이트)은 교문에 걸린 일장기를 걷어 내고 성난 파도처럼 거리로 쏟아져 나온 학생들의 가두시위 장면이다. 광주에서 모두 현지촬영(올 로케이션)된 영화는 광주학생독립운동에 참여한 중고등학교의 전폭적인 협조를 받았다. 그리고 단역(엑스트라)으로 영화에 출연했던 이 학생들은 이듬해 4월, 영화의 한 장면처럼 거리로 나온다. 부패한 이승만 자유당 정권을 몰아내는 ‘4·19 혁명’에 참여한 것이다.

광주 학생독립운동은 올해로 91주년을 맞았다. 오늘 국가보훈처와 교육부 공동 주관으로 광주 서구 학생독립운동 기념탑에서는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라는 주제로 기념식이 열린다. 또 광주시 동구 광주 독립영화관에서는 영화 ‘이름 없는 별들’이 상영되고(3일과 7일), 관련 특강(위경혜 전남대 학술연구 교수)도 진행된다.

앞서 광주일고는 지난달 30일 개교 100주년 기념식을 열고 독립운동을 하다 퇴학 처분된 동문 177명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60여 년 전 제작된 한 편의 영화를 통해 학생 독립운동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1950년대 말 옛 광주역 등 광주·전남 지역의 사라진 풍경을 추억하는 것도 좋을 듯싶다.

/송기동 문화2부장 so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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