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미원조
2020년 11월 02일(월) 05:00 가가
한국과의 관계에서 중국의 역사왜곡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얼마 전엔 무려 8천만 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중국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이 “한국전쟁은 북한이 한국을 침략한 것이 아니라 남북 간의 내전일 뿐”이라고 주장해 온 국민의 분노를 샀다. 중국 정부는 최근 ‘항미원조(抗美援朝) 전쟁’(미국에 맞서 북한을 지원한 전쟁) 70주년을 맞아 “1950년 6월 25일 조선 내전의 발발 후 미국은 병력을 보내 무력 개입을 했고 전면전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특히 공청단은 이번에 ‘남침이 아니다’라고 확실히 함으로써 그동안 북한군의 침략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한 것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갔다.
‘한국전쟁은 북한의 남침으로 발발했다’는 역사적 사실은 국제사회의 일치된 인식이다. 한데 이를 뿌리부터 뒤흔드는 중국의 행태는 흔히 볼 수 있는 ‘강대국의 일상적인 역사왜곡’을 넘어 많은 의문과 우려를 자아낸다. 중국의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 혹시 ‘한국의 완전한 굴복’을 강요하는 것은 아닐까?
항미원조 전쟁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이미 방탄소년단(BTS)의 연설에 극히 민감하게 반응했던 중국이 이처럼 노골적으로 역사왜곡을 감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최근 몇 년 새 격화되고 있는 ‘미중 갈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특히 미국이 주도하고 일본·인도·호주가 참여하는 다자간 안보협력체 ‘쿼드’(Quad)를 확대, 한국까지 참여하는 ‘펜타’(Penta)로 개편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이 최근 구체화하고 있는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이 지난달 27일 “미국이 우리에게 일종의 반중 군사동맹에 가입하라고 강요한다면 나는 이것이 한국에 실존적 딜레마가 될 것을 안다”고 강조한 것도 중국의 강력한 반발을 의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윈스턴 처칠의 말처럼 국제관계를 지배하는 것은 힘의 논리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미국·중국·일본·러시아 사이에서 생존을 건 줄타기 외교를 해야 하는 우리 정부의 입장도 난처할 테지만, 언제까지 강대국에 허리를 굽혀야 하는 건지 답답할 뿐이다.
/홍행기 정치부장redplane@kwangju.co.kr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윈스턴 처칠의 말처럼 국제관계를 지배하는 것은 힘의 논리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미국·중국·일본·러시아 사이에서 생존을 건 줄타기 외교를 해야 하는 우리 정부의 입장도 난처할 테지만, 언제까지 강대국에 허리를 굽혀야 하는 건지 답답할 뿐이다.
/홍행기 정치부장redplan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