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유감
2020년 10월 29일(목) 06:00
15년 전인 2005년 대한민국은 이른바 ‘황우석 사태’로 크게 몸살을 앓았다. 서울대 수의대 황우석 교수와 서울대 의대 문신용 교수 팀이 미국 사이언스지에 제출한 논문이 조작됐다는 것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세계 최초로 사람 난자를 이용해 체세포를 복제하고, 이로부터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했지만, 그 배아줄기세포는 결국 없는 것으로 최종 결론이 났다.

황 전 교수가 개발하려 했던 배아줄기세포는 핵을 제거한 난자에 사람의 체세포를 이식해 얻은 수정란을 배반포(착상되기 전 배아) 단계까지 키워 추출한 것으로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다. 배아줄기세포는 개체를 구성하는 모든 유형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으며 따라서 이를 통해 난치병 치료, 수명 연장, 심지어 인간 복제도 가능하다.

사실 우리 몸에 줄기세포가 없다면 한시도 살아 있을 수 없다. 혈구와 피부가 만들어지고 상처 난 신체가 스스로 회복되는 것은 다 줄기세포 덕분이다. 하지만 모든 장기가 줄기세포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며 특히 뇌신경, 심장 근육, 췌장, 척수 등이 대표적인데 따라서 이들 장기는 한 번 파괴되면 ‘재생’이 불가능하다.

인체를 구성하는 세포 수는 평균적으로 약 60조 개 정도다. 이 가운데 약 50만 개가 1초도 안 돼 사멸하고 동시에 50만 개가 재생된다. 이것이 바로 생명 유지 과정이다. 나이가 들면 재생되는 세포 수가 감소하고, 줄기세포가 없는 장기에 이상이 발생하면서 병들고 끝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뜬금없는 말 같지만 광주라는 도시가 온통 아파트로 채워지고 있다. 도시를 구성하는 ‘세포’가 오로지 딱 한 가지만으로 채워지고 있는 셈이다. 건설업체, 일부 공인중개업체, 투기 세력 등이 하나가 돼 도시 공간을 좌지우지하고 있지만 그에 대한 대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단독주택, 골목길, 작은 공원이나 텃밭, 동네 점포 등이 사라진 도시는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광주를 매력적인 도시로 재생하기 위해서는 광주시가 도시의 ‘배아줄기세포’를 심는다는 마음으로, 혁신적인 시도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윤현석 정치부 부장 chad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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