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
2020년 10월 28일(수) 00:00
‘상생’(相生)은 두 가지 또는 여럿이 서로 공존하면서 살아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요즘 지역 언론에서도 ‘상생’이라는 단어는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광주·전남 상생’이 바로 그것이다.

광주와 전남은 애초 한 뿌리라는 역사적 사실을 받아들여 그동안 줄곧 상생 협력을 이뤄 왔다. 민선 6기에는 광주·전남 상생 협력의 구심점이 될 광주·전남 상생발전위원회가 공식 출범하면서 양 시도 간 긴밀한 협력이 이뤄지기도 했다. 앞서 2007년에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광주의 통 큰 양보로 나주에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가 세워지는 성과도 거뒀다.

그러나 최근 민선 7기 들어 광주·전남의 상생 정신은 완전히 사라진 듯한 분위기다. 역사적으로 광주시와 전남도는 한 뿌리임에도, 양 지역 수장(首長)들의 만남은 마치 남북정상이 만나는 것보다 더 힘들어 보인다. 게다가 최근 이용섭 광주시장이 ‘시도 행정통합’을 제안한 이후엔 되레 ‘상생’이 더 어려워지는 듯 하다. 김영록 지사의 단계적 행정통합 논의를 이 시장이 받아들이면서 잠시 통합 논의에 대한 기대를 갖게 했지만 그때뿐이었다. 이 시장은 모든 것을 김 지사에게 일임하고 한달 넘게 만남을 원했지만, 이마저도 번번히 거절당했다.

두 수장은 지금도 냉랭한 분위기다. 수시로 만나 상의하고 협력해도 모자랄 판에 시·도 상생은 더디게 흘러가고 있다. 시도 간 상생으로 풀어야 할 과제는 여전히 산적해 있다. 광주 군 공항과 민간공항 이전 문제부터 광주시와 나주 SRF 열병합발전소 문제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민간공항의 무안공항 이전은 시도 간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미 양 시도의 합의가 있었음에도, 군공항 이전 없는 민간공항 이전은 안 된다는 여론이 광주에서 일고 있기 때문이다. 각 지자체의 입장과 함께 지역이기주의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광주와 전남이 한 뿌리라는 점에서 양보와 협력이 절실한 때다. 무엇보다도 양 시도 수장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 남은 민선 7기 ‘광주·전남 상생’에 또 한 번 제대로 시동을 걸었으면 한다.

/최권일 정치부 부장 ck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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