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싹수
2020년 10월 27일(화) 05:00 가가
씨앗을 심으면 싹이 터 나온다. 땅 밑에서 지상으로 처음 나오는 잎은 떡잎이다. 떡잎을 보면 곡물이나 나무가 건강하게 자랄 것인지 여부를 점칠 수 있다. 단단하거나 연둣빛 색깔이 선명할수록 좋은데, ‘될성부른 나무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속담이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앞으로 잘 될 가능성이나 징조를 이르는 ‘싹수’가 들어간 표현 역시 같은 맥락이다. ‘싹수가 노랗다’는 말은 새싹의 색이 선명하지 않고 부실해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또 움터 나오는 새싹의 여린 모가지를 ‘싸가지’(싹아지)라 한다. 싸가지가 부실하면 잘 자랄 가능성이 낮다. 커서도 알곡 없는 쭉정이가 된다. 싹수가 노랗다면 싸가지가 부실하게 되고 바른 성장을 장담하기 어렵다. 이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흔히 쓰는 ‘싸가지가 없다’라는 말은 이를 반영한다.
지난주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 여야 정치권에 대해 걸었던 ‘혹시나’ 했던 기대는 ‘역시나’로 끝났다. 철저한 국감을 통한 민생의 고단한 현실 진단과 불안한 미래에 대한 대안 제시는 실종되고 수준 낮은 ‘막장 정쟁’만 난무했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온택트 감사, 핵심 증인들이 빠진 맹탕 감사, 초선 의원들의 준비 부족, 여야의 리더십 실종 등이 맞물려 민심의 기대에는 한참 못 미쳤다는 평가다. 광주·전남 지역 초·재선 국회의원들도 의욕을 갖고 이번 국감에 임했지만 눈에 띄는 성과는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일부 의원들은 벌써부터 여당 체질에 길들여진 듯했다. 시대에 대한 절절함도 보이지 않았다.
지난 총선, 호남 민심은 전면적인 세대교체와 세력 교체를 통해 새로운 씨앗을 심었다. 아직 정치적 싹수를 말하기는 이르지만 지난 6개월 동안 그들이 보여 준 정치적 비전에 대한 우려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그만큼 호남 정치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이제라도 그들이 시대에 대한 각성과 연대를 통해 튼실한 희망의 싹을 틔워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임동욱 선임기자 겸 서울취재본부장
지난 총선, 호남 민심은 전면적인 세대교체와 세력 교체를 통해 새로운 씨앗을 심었다. 아직 정치적 싹수를 말하기는 이르지만 지난 6개월 동안 그들이 보여 준 정치적 비전에 대한 우려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그만큼 호남 정치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이제라도 그들이 시대에 대한 각성과 연대를 통해 튼실한 희망의 싹을 틔워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임동욱 선임기자 겸 서울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