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외톨이
2020년 10월 07일(수) 00:00
봉준호 감독의 2008년 작 단편 ‘흔들리는 도쿄’는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를 다룬 영화다. 10년간 집안에 틀어박혀 있던 남자 주인공은 토요일마다 찾아오는 피자 배달부 여자를 사랑하게 되고 어느 날 용기를 내 집 밖으로 나선다.

하지만 도쿄의 모든 사람이 히키코모리(引き籠り) 상태에 빠져 있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란다. 그녀를 찾아내는 순간, 강한 지진이 도시를 흔들었고 사람들은 다시 자기들만의 보금자리로 돌아간다. 봉 감독은 도쿄 사람들의 고독을 표현하기 위해 극단적으로 히키코모리를 주인공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일본에서 히키코모리가 이슈가 된 것은 비교적 오래됐다. 지난해 기준으로 40~64세 중년층 히키코모리만 61만30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6월 도쿄에선 정부 부처 차관을 지낸 76세 아버지가 44세 히키코모리 아들을 살해해 충격을 주었다. 장기간 실업 상태였던 아들이 폭력성향까지 보이자 말다툼 끝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은둔형 외톨이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정부의 공식적인 통계는 없지만 전문가들은 은둔형 외톨이가 3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15~39세 23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를 보면 4.2%가 은둔 생활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청년층에서 은둔형 외톨이가 많은 것은 실업과도 관계가 깊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장기화가 은둔형 외톨이 양산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일상이 된 비대면 문화 속에 청년 실업률이 더 높아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광주시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지난해 7월 국내 최초로 ‘은둔형 외톨이 지원 조례’를 만든 데 이은 조치다. 광주 지역 아파트 10%(5만6000여 가구)를 무작위로 선정해 은둔형 외톨이 현황과 실태를 파악해 지원 정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은둔형 외톨이를 사회로 이끌어 내는 것은 우리 모두의 ‘관심’일 것이다. 이번에 정책 당국이 관심을 가지고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겠다 하니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

/장필수 제2사회부장 bungy@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