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두구육
2020년 10월 05일(월) 00:00 가가
일부 국회의원들의 자질과 이해 충돌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면서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당명을 국민의힘으로 바꾼 제1야당에선 건설업자 출신 박덕흠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으로 5년간 활동하면서 피감 기관인 국토부와 서울시 산하 기관 등에서 무려 400억 원대의 공사를 수주했다는 의혹을 받자 전격 탈당했다. 삼성물산 사외이사 출신인 윤창현 의원은 삼성 지배 구조와 연결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심사하는 정무위에서 활동하는 게 적절한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김홍걸 의원이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으로서 남북 경협 관련 주식을 보유해 구설이 오른 데 이어 부동산 투기의혹이 불거지면서 제명 처분을 받았다. 이스타항공 대량 해고 논란으로 소송에 휩싸인 이상직 의원도 최근 탈당을 선언했다.
해당 의원들이야 모두가 억울하다는 입장이지만 이를 지켜보는 이들의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기껏 국민의 대표로 선출해 놓았더니 제 잇속 차리기에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게 우리 국민의 한결같은 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국회의원들이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닌 듯하다. 가령 이탈리아 국민은 부패 정치인들로 얼마나 몸살을 앓았던지 지난달 20~21일 이틀간 국민투표를 거쳐 상원과 하원 의원 수를 각각 36%씩 줄여 버렸다. 의원 수 감축 개헌안 통과로 오는 2023년부터는 상원 의원이 315명에서 200명으로, 하원 의원은 630명에서 400명으로 각각 줄어드는 것이다. 이탈리아는 1983년 이후 일곱 차례나 의원 감축을 시도했지만 의원들의 반대로 번번이 실패한 바 있다.
이탈리아의 의원 감축 열풍은 이웃 국가로도 번졌다. 독일에서는 연정을 구성하는 3개 정당이 현재 709석인 하원 정원의 증가를 막고 장기적으로 의원 숫자를 줄이자는 데 합의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는 의원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은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고, 우리 편이니까 그냥 찍어 주는’ 기존의 정치 풍토 탓이 크다. 이대로 가면 우리도 국회의원 감축 국민투표를 치러야 할지도 모르겠다.
/홍행기 정치부장 redplane@kwangju.co.kr
이탈리아의 의원 감축 열풍은 이웃 국가로도 번졌다. 독일에서는 연정을 구성하는 3개 정당이 현재 709석인 하원 정원의 증가를 막고 장기적으로 의원 숫자를 줄이자는 데 합의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는 의원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은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고, 우리 편이니까 그냥 찍어 주는’ 기존의 정치 풍토 탓이 크다. 이대로 가면 우리도 국회의원 감축 국민투표를 치러야 할지도 모르겠다.
/홍행기 정치부장 redplan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