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 흐린다더니
2020년 09월 17일(목) 00:00
아침부터 이런 말을 들으면 불쾌할지 모르겠지만, 코로나가 일상화되면서 양치질을 게을리하는 사람이 늘었다고 한다. 마스크로 입을 가렸으니 괜찮겠지 하는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처음 마스크를 쓰면 그동안 몰랐던 자기 입 냄새에 살짝 당황하게 된다. 하지만 곧바로 적응하게 되고 나중엔 향기롭게 느껴지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제 똥 구린지 모른다’는 말이 왜 나왔는지 알 것 같지 않은가. 제 허물 큰 줄 모르고 남의 작은 허물을 들어 나무라는 행동에 대한 비유적인 표현으로 많이 사용되는 속담이다.

 다시 감옥에 들어간 어느 목사가 현 정부의 ‘실정’(失政)을 소리 높여 비판하는 것을 볼 때마다 그런 속담이 떠올랐다. 물론 비유가 딱 들어맞는 건 아니지만, ‘제 똥 구린지 모르는’ 어리석은 행동인 것만은 틀림없을 터이니 말이다. 여하튼 오로지 이 목사 한 사람 때문에 개신교 전체가 욕을 먹고 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리고, 온 개울을 흐리는 격이다. 일어탁수(一魚濁水)요 일어혼전천(一魚混全川)이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다 시키고 있는’ 셈인데, 이는 고금동서가 다 마찬가지인 듯하다. 중국에는 ‘쥐똥 하나가 죽솥 전체를 망쳤다’(一粒老鼠屎 壞了一鍋粥)라는 속담이 있고 영어권에서도 ‘썩은 사과 하나가 한 통의 사과를 망친다’(A rotten apple spoils the barrel)라는 말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넋 빠진 목사들도 있는데 ‘목사’(牧師)란 말에는 왜 스승 ‘사’(師) 자가 붙었는지 모르겠다. 물론 둘러보면 문익환 목사나 우리 지역 출신인 손양원·최흥종 목사 등 훌륭한 분들이 많긴 하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목사 같지 않은 목사’들에게까지 스승 ‘사’를 붙이는 것은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처럼 어울리지 않는다.

 목사의 ‘목’(牧)은 ‘가축을 기르다’ ‘다스리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다산(茶山) 정약용이 쓴 ‘목민심서’(牧民心書)에서의 ‘목’도 같은 뜻이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목사라는 말은 아마 이 목자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실제로 ‘신약성서’의 ‘에페소인들에게 보내는 편지’ 4장 11절에 이 말이 나온다는데, 그리스어로 양치기를 뜻한다고 한다. 목사와 신자와의 관계를 양치기(목자)와 양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한데 언제부터인가 이 목자(牧者)에서 놈 ‘자’(者)는 떨어져 나가고 스승 ‘사’(師) 자가 붙었다. 거 참, 우리 기자(記者)들도 언젠가는 ‘기사’(記師)로 불릴 날이 있으려나. 목욕탕 때밀이분들도 세신사(洗身師)로 승격한 지 오래인데.



‘개천절 집회’ 제 정신인가



 이야기가 잠시 옆길로 샜지만, 그 목사라는 사람은 왜 많은 국민이 하지 말라는 짓거리만 계속해서 하는 것일까. 일부에서는 개신교에 강력한 컨트롤타워가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천주교의 교황이나 불교의 종정처럼 권위를 가진 지도부가 없기 때문에 일부 목사들이 천방지축 날뛰어도 통제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것도 맞는 얘기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종교와 정치의 밀착이 더 큰 문제라고 본다. 종교계도, 경제계도, 언론계도, 정권과는 일정 부분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타락한다. 얼핏 보면 문제의 그 전 아무개 목사도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는 ‘거리 두기’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과거 밀월을 즐겼던 보수 정권이 막을 내린 이후 갈 곳을 잃고 막무가내로 현 정권에 대해 독설을 퍼붓고 있는 건 아닐까.

 일부 목사들이 엉뚱하거나 강렬한 언행으로 교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이유는 또 있다. 교회 수는 계속 늘어나는데 교회 재정 사정은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점이다. 교회 재정을 튼튼히 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신자를 확보해야만 한다. 이들이 대면 예배를 고집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전 목사는 지난해 10월 열린 집회에서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신성모독 혹은 이단 논란이 있을 수 있는 이 같은 극단적인 말을 그는 과연 실제로 했을까? 혹시 언론이 어느 한 부분만 뚝 잘라내 보도한 건 아닐까. 전체적인 맥락을 살펴보기 위해 직접 목소리를 들어보기로 했다. 그래서 ‘유튜브’를 돌려봤더니 정말 가관이다.

 “앞으로 10년 동안의 대한민국은 전광훈 목사 중심으로 돌아가게 돼 있다니까. 왜 그런지 알아요? 나에게 ‘기름 부음’이 임했기 때문에. … 하나님 꼼짝 마~. 하나님.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 내가 이렇게 하나님하고 친하단 말이야. 친해.” 중간중간, 신도들의 아멘~ 아멘~ 하는 소리가 추임새처럼 터져 나온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미워



그의 말 중에 나오는 ‘기름 부음’(塗油, anointment)이란 말은 일반인들에게는 아무래도 생소할 것 같다. 이는 글자 그대로 ‘사람의 머리 또는 몸에 기름을 바르거나 붓는 일’을 일컫는 말이다. 기독교에서는 하나님으로부터 신적 권위를 부여받는 행위를 뜻한다. ‘기름 부음을 받은 자’란 뜻의 ‘메시아’ 즉 ‘그리스도’라는 개념도 여기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어찌 됐든 전 목사는 자기가 하나님과 동격이라고 주장한 것인데, 이런 황당한 말까지도 신도들은 철석같이 믿고 따른다. 그러고 보니 교회와 병원은 한 곳만 너무 오래 다녀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목사가 감옥에 갇혀서도 계속 헛소리를 해 댄다는 점이다. 오는 개천절에 또다시 집회를 열겠다는 것 아닌가.

 이들의 철딱서니 없는 행동을 말려줄 이 누구 없을까. 아, 있다. 보수 야당이다. “부디 여러분이 집회를 미루고 국민과 함께하길 두 손 모아 부탁합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엊그제 한 말이다. 좋은 말이다. 한데 그는 이런 말도 했다. 극우 세력의 집회를 보면서 죽음을 각오하고 3·1만세운동에 나섰던 선조님들이 생각나 가슴이 뭉클했다고.

 방역 당국의 지침을 무시하는 ‘태극기 부대’ 등 극우 단체의 집회를 독립운동에 비유하는 게 도대체 말이나 되는가. 혹시 집회를 말리는 것은 시늉일 뿐이고 정작 이들 단체를 독려하기 위한 것이 진짜 속내 아니었나?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더니 딱 그 짝이다. 이러니 보수 야당과 극우 교회 세력이 ‘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식으로 공생관계를 유지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것이다.

 그건 그렇고, 끝으로 ‘그저 웃고만 넘길 수 없는 유머’ 하나만 듣고 글을 마무리하기로 하자. 대한민국 2대 거짓말이 있다. 첫째 ‘네 이웃을 사랑한다’는 목사의 말. 둘째 ‘오로지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정치인의 말. 하긴 사기꾼들도 늘 이렇게 말한다지 않던가. “제가 사기 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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