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마스크
2020년 09월 09일(수) 00:00
코로나19로 바뀐 일상 중 하나가 우리 몸의 일부처럼 되어 버린 마스크 착용이다. 지난 7월 BBC 보도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매달 버려지는 마스크가 1290억 개나 된다고 한다. 어마어마한 양이다.

요즘 눈에 자주 띄는 것은 마스크를 목에 걸어 둘 때 쓰는 마스크 스트랩(strap)이다. 편리함의 용도로 사용되기 시작하더니 최근에는 개성 아이템으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자신만의 스트랩을 만들어 보는 강좌나 동영상도 인기다. 나는 아침 출근길에 흰색·분홍색·파란색 마스크 중 한 가지를 골라 쓰고 나온다. 작은 기분 전환인데, 가끔 거리에서 색다른 마스크를 보면 눈길이 가곤 한다.

지난 8월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우연히 대구미술관 관계자 일행을 만났다. ‘광주·대구 달빛동맹전’을 관람하기 위해 방문했던 그들은 떠나면서 작은 선물을 건넸다. 대구 지역에서 활동하는 전선택·이명미 작가의 작품을 이미지로 만든 이색 마스크였다. 노란색 바탕 마스크에는 ‘사랑한다고 좋아한다고 말하세요’라는 서툰 아이 글씨체의 글귀와 함께 비행기나 강아지 등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져 있었다. “아, 참 좋은 아이디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 위로 전시회를 열고 엽서를 제작했던 광주시립미술관도 ‘아트 마스크’를 제작 중이다. 청년예술인지원센터 입주 작가들과 함께하는 기획으로 10명의 작가(팀)에게 이미지 저작권료를 지급하고 현재 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다.

제13회 광주비엔날레 홈페이지에도 흥미로운 작품이 올라와 있다. ‘마스크’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보여 주는 참여 작가 아나 프라바츠키의 ‘멀티 마스크’다. 눈 부위에 작은 구멍을 뚫은, 얼굴 전체를 가리는 작품 속 마스크가 하는 일은 다채롭다. 감염으로부터 자신과 타인을 보호하고 익명성을 보장하는 정통적인 의미의 마스크 기능에서부터, 피부에 좋은 오이 등을 가득 붙이는 팩 기능,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존재감과 에너지 향상’ 기능까지 실행하는 다목적 마스크다.

어차피 ‘한 몸’처럼 살아야 한다면 ‘마스크’와 관련해 재미있는, 의미 있는 일들을 벌여 봐도 좋을 것 같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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