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30년 권해효 “난 운좋은 사람”
2020년 09월 07일(월) 17:35
반도’·‘후쿠오카’·‘도망친 여자’ 등 한달에 세편의 영화 출연 화제
작품 끝나면 실업자…꿈은 놀고 먹는 것
스트레스 안받는 직업이라 너무 좋아요

배우 권해효

극장가 여름 성수기 포문을 연 ‘반도’와 재중 교포 출신의 거장 장률 감독의 신작 ‘후쿠오카’, 그리고 베를린국제영화제 수상작인 홍상수 감독의 ‘도망친 여자’까지.

배우 권해효(55)는 지난 7월부터 한 달에 한 편씩 화제작으로 극장 관객을 만나고 있다.

‘반도’에서는 좀비 떼로 폐허가 된 땅에서 살아남은 아이들을 위해 희망을 놓지 않는 김 노인이었고, ‘후쿠오카’에서는 28년 전 사랑했던 여자의 고향 후쿠오카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남자였다.

오는 17일 개봉하는 ‘도망친 여자’는 주인공 감희(김민희)와 세 명의 여성 친구들이 중심인 영화라 권해효는 그다음으로 이름을 올렸으나 아직 구체적인 역할은 알려지지 않았다.

1990년 연극 ‘사천의 착한 여자’로 데뷔한 지 만 30년, 이후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그랬듯,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러운 모습일 테다.

‘후쿠오카’ 개봉 당시 만난 그는 “편안해지지 않는 작품을 하고 싶은데 그게 어렵다”며 “30년이 별 건 아닌 것 같고, 그저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작품이 끝날 때마다 실업자가 되는 자영업자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늘 있지만, 스트레스 받지 않고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직업이 꿈과 어느 정도 일치하는 영역이다 보니 지금까지 정말 운 좋게 왔다”고 강조했다.

“사실 꿈은 평생 놀고먹는 거예요. 내 몸을 팔아서 누군가의 것을 빼앗지 않고 살아온 건 복이지만, 배우가 천직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30대 때는 늘 언제든 때려치울 거라고 말하고 다녔으니까요.”

한 검색 사이트는 권해효를 배우 겸 사회운동가로 소개할 만큼 그는 시민사회 영역에 발을 담그고 있다. 오랫동안 한국여성단체연합 홍보대사로 여성의 날 행사를 진행해 왔고, 재일 조선학교를 지원하는 단체 ‘몽당연필’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그의 아내는 그가 주연한 홍상수 감독의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 ‘그 후’(2017)에 함께 출연했던 연극배우 조윤희다.

영화 ‘후쿠오카’ 한 장면
그는 결혼 생활 만 24년 동안 나흘 이상 아내와 떨어져 본 것이 2018년 봄 열흘 정도의 ‘후쿠오카’ 촬영이 처음이었다고 했다. 촬영 시간이 아니면 자전거를 타고 혼자 도시를 돌아다녔고, 배우들은 각자 작은 숙소에 묵으며 생활했다.

‘도망친 여자’는 ‘다른 나라에서’(2011),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2016), ‘밤의 해변에서 혼자’(2017), ‘그 후’, ‘강변 호텔’(2018) 이후 여섯번째로 홍 감독과 함께 한 영화다.

대표적인 두 작가주의 감독과의 작업에 대해 그는 “홍 감독의 영화는 아침 촬영 전까지 뭘 찍을지 아예 모르는 상황에서 들어가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고, 장률 감독의 영화는 촬영 공간에서 느껴지는 것들, 리허설하다 만들어지는 순간들이 영화에 담기는데 텍스트와 다른 재미가 있어서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했다.

실제 ‘후쿠오카’의 결말은 촬영 첫날 촬영분이 없던 권해효가 구경 삼아 현장에 놀러 갔다가 만들어졌다.

그는 언제부턴가 촬영 현장에서 모니터를 잘 하지 않는다고 했다. “시나리오 읽고 대화할 때는 영화의 방향을 이야기하는데, 모니터링을 하면 자꾸 내가 잘했나 못했나 평가하게 되더라”며 “영화관에서 처음 볼 때가 좋다”고 했다.

언제나 편안하고 여유로워 보이는 그이지만 “나이 들면 두려움 없이 자유롭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삶이 그렇게 만만치 않다”며 웃었다.

/연합뉴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